빗장 풀린 '이란'…조선업계, 수주 '잭팟' 터지나?

대우조선, 1.3조 해양플랜트 수주 본계약 '눈앞'

입력 : 2016-12-05 오후 2:34:31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으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이란’이 수주가뭄에 물꼬를 터주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 빗장이 풀린 이란이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 등을 연이어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은 이란 국영 선사인 이리슬(IRISL)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 등 총 10척의 선박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수주계약 체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이란 국영 선사인 이리슬로부터 총 10척의 선박을 수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현대중공업
 
이란 이리슬은 1만44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 5만DWT급 중형 유조선 6척 등 총 10척을 발주했다. 1만4400TEU급 컨테이너선은 20피트 컨테이너 1만4400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이리슬과 수주 계약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나 최종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오는 2018년 하반기 인도 예정인 선박들의 총 수주금액은 7600억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042660) 역시 최근 ‘이란 발주처와 해양플랜트 기술사양 및 계약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번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이란 국영 석유사가 발주한 것으로 5기의 '잭업 리그'에 대해 협의다. 잭업 리그는 주로 100m 이내의 낮은 바다에 설치되는 시추설비로 철제 기둥을 바다 밑으로 내려 선체를 고정한 뒤 원유나 가스를 뽑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협의 초기 단계"라며 "본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수주금액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이란발 훈풍은 대형 조선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견·중소기업까지 퍼지고 있다. 지난 9월 조선기자재 기업인 삼강엠앤티는 이란 최대 국영조선소 '이소이코'와 44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강엠앤티는 이번 계약으로 1000톤 골리앗 크레인 공급 등 관련 설비제작과 야드 조성 프로젝트를 3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삼강엠앤티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수준으로 2년치 매출에 해당하는 수주금액이다. 
 
삼강엠앤티는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추가 프로젝트들 역시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올해 들어 조선소 건립, 해양플랜트 및 선박 건조 등 미뤄왔던 대규모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란 제재 해제 이후 교역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리슬 등 이란 자국 기업들이 발주를 늘리고, 지난 몇 년간 저유가 기조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플랜트 등에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이란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지난 6월 부산지역 기업인들과 부산시 시장개척단은 이란 반다르아바스를 방문하는 등 시장 진출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9일 ‘한·이란 항만개발협력사업 추진 설명회’를 갖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역시 오는 14일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시장 설명회’를 열고 이란 시장 동향 등을 주제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수주 절벽에 시달리는 기업 및 협력사들은 자원대국 이란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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