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학교'와 '~세권'을 합친 '학세권'이 분양시장 주요 요소로 자리매김 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건설사들은 젊은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학세권 마케팅을 주요 전략으로 앞세운다. 기존 단지와 신규 분양 단지 간 학교 배정으로 인한 신경전도 지역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은 30~40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단지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보다 좋은 입지 선점을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해 지고 있다.
학세권은 분양시장에서 일찌감치 교통망과 함께 아파트 주요 입지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이에따라 각 건설사들 역시 분양 지역에서 좋은 학군에 배정받은 단지라는 점을 내세워 학세권 마케팅을 펼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좋은 학세권을 확보한 단지들이 당장 자녀들의 교육환경은 물론 향후 매매가 상승에도 한몫하는 만큼 실수요와 투자 측면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학세권 입지가 분양시장에서 중요해짐에 따라 이를 점하기 위한 단지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에 등교 중인 학생들. 사진/뉴시스
실제로 대규모 아파트 및 오피스텔 단지를 구축 중인 서울 송파구 동남권 유통단지 내 활성화 단지의 경우 기존에 없던 주거지역이 계획에 추가되며 가구수에 비해 교육시설이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다. 교육상 불편 뿐만 아니라 시세 형성 측면에서도 입지에 큰 차이가 없지만 학교가 존재한 인근 지역과 84㎡형 기준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지 주변 교육시설 유무는 교통망과 함께 중요한 흥행 요소인데 교육시설을 갖춘 인접한 아파트 단지들끼리도 그 중 어떤 곳을 배정 받느냐에 따라 입주자들의 선호도는 물론, 향후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요자들도 제법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세권을 장점으로 내세워 비교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웃 단지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대표적 신도시로 꼽히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경우 지역내 최고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수지고 인근에 입지한 리딩단지 래미안 이스트팰리스를 중심으로 초·중·고등학교 원스탑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주변 자연스럽게 여러 아파트들이 잇달아 지어졌다. 최근 분양을 실시한 A아파트 시공사는 입주자들이 희망하는 B초등학교 측에 협조를 구했다. 학교 증설을 시공사 측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A아파트 거주자 자녀들의 배정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No'였다. 이미 B초등학교에 배정된 다른 단지 학부모들이 공사기간 학생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반대의견을 강하게 표출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지구에 들어선 한 아파트 분양관계자는 "학세권의 입지를 중요시 여기는 학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교육 환경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아 새로운 단지의 배정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편"이라며 "학부모들의 표면적 반대 이유는 안전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같은 의견들이 모아진 결정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