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주요 대기업에 이어 금융위원회 산하 국책은행들도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탈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언제, 어떻게 탈퇴하냐를 놓고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대기업들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해 청와대 '심부름꾼'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지금 당장 탈퇴하기 보다는 전경련에 정기적으로 내는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경련 폐지 논의가 일고 있기 때문에 탈퇴 행렬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국책은행들은 내년 초 전경련에 납부하는 회비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국책은행은 현재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기은이 가장 빠른 1968년에 가입을 했고 산은이 1969년, 수은이 1976년에 가입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전경련에 내는 회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매년 1월에 일괄적으로 내거나 다달이 분납해 납부한다"며 "올 초에 낸 회비는 어쩔 수 없지만 내년 1월에는 회비를 내지 않은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매년 1월 한 차례와 매달 회비를 냈지만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5월부터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 수은과 기은은 매년 1월에 한 차례 연간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각 사별로 연간 회비 규모는 총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군부독재 정권 이래 은행을 재벌 대기업과 한 데 담아온 구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이동건 산은 회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 권선수 기은 행장 모두 전경련 탈퇴 검토 의사를 밝혔다.
전날(6일)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도 전경련은 '청와대 심부름꾼'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자리에서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078930)그룹 회장이 "정부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들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데 이어 전경련 최대 회원사인
삼성전자(005930)의 이재용 부회장도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책은행들도 더이상 전경련 회원사 자격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인된다. 하지만 지금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전경련을 탈퇴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로 읽혀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회비를 내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회비를 안 낸다고 해서 자동으로 탈퇴되지는 않는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로부터 전경련 해체 주장이 높아지기 때문에 존폐 여부를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전경련 탈퇴가 이사회 의결 사항은 아니지만 공동 대응을 한다고 해도 최고경영자(CEO)로서는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전경련 탈퇴 여부는 금융공기업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 재벌 총수 처벌-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 재벌 총수 처벌-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