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불패' 신화를 이어오던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11.3부동산대책에 따른 주요 규제지역으로 지목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과도한 열기로 우려를 낳았던 투자수요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예고 등 금융규제가 예고되며 시장에 냉기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강남은 강남'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급감한 거래량과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 분양시장에 감돌고 있는 '위기론'과 반대되는 의견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핵심축인 강남의 하향세가 길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아파트값은 최근 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1.3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가 뚝 끊긴 상황에서 내년부터 잔금대출에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후속 대책이 이어진 탓이다.
가뜩이나 내년도 넘치는 입주물량과 낮은 경제성장률에 분양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는 물론, 관련 문의조차 크게 줄은 시장 상황에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걱정 또한 늘고 있다. 정부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핵심 지역인 강남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11.3부동산 대책에 직격탄을 맞은 강남 부동산 시장의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반등에 대한 시장의믿음은 여전하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촌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같은 하락세에도 강남 부동산의 침체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11.3대책이 단기 차익을 위한 청약 가수요 등을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 재편의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이 차지하는 상징성과 인프라 구축 측면의 강점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조정 국면을 지나면 반등의 기회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11.3대책 이후 실시된 강남권 청약을 통해 한 때 수백대 1까지 치솟던 열기는 아니지만 견조한 실요층도 충분히 재확인 됐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이후 강남에서 실시된 두차례의 아파트 청약에서 송파구 잠실 올림픽아이파크와 서초구 신반포 리오센트가 각각 34.49대 1과 12.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무난히 성공했다.
집값 하락 역시 최근 수년간의 상승폭을 감안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호가가 낮아진 시점을 노리고 투자에 나서거나 비강남권에서 강남권 입성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점에 매입한 소유주들이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꽤되는 만큼 강남이 아닌 지역에서의 문의도 제법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반등의 때를 기다리는 강남 시장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혼란한 정국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차기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그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가 정부 정책인 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규모 택지공급을 줄이는 기조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의 가능성이 풍부한 강남이 재가열 될 여지는 충분하다"며 "결국은 다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텐데 전체적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떠받치는 부동산 경기를 억누르는 정책을 펼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