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내년 2월로 예정된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 개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및 재원확보, 수신환경 등을 이유로 내년 2월 시작은 어렵다는 주장을 지속했고, 정부도 굳이 2월 시작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UHD 방송 정책 세미나'에서 "UHD 콘텐츠와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도 돼 있지 않고 수신환경도 미비한 상태"라며 "굳이 무리하게 내년 2월 UHD 본방송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2월 수도권 지역부터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하기로 정했다. 이후 2017년 12월까지 광역시권과 강원권으로 확대하고, 2021년까지는 전국 시·군 지역으로 지상파 UHD 방송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HD 방송 서비스는 오는 2027년 종료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구는 매우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UHD 방송을 시청하려면 미국식 표준(ATSC 3.0)이 적용된 UHD TV를 구입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100만대 정도의 UHD TV는 유럽식 표준(DVB-T2)이다. 국내 가전사들은 내년 2월에야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미국식 표준의 UHD TV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UHD 방송을 위한 콘텐츠 및 재원 확보도 쉽지 않다. 지상파 측은 UHD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나 광고 수익 기반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상파는 UHD 방송을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6조790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논란에 대해 고낙준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당초 본방송 개시 일정을 내년 2월로 계획할 때도 빠듯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면서도 "목표 의식을 가지고 추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3년 연기되더라도 한국이 최초로 UHD 본방송을 시작할 것"이라며 "타이틀에 집착해 2월 본방송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UHD 방송산업 조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신지하 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