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케이블TV가 갈수록 대립이 격화되는 지상파의 재송신료(CPS) 분쟁 해결 방안으로 지상파 별도상품을 추진하자 지상파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 시청에 대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의 지상파 별도상품 출시를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의 지상파 협상 가이드라인에 대가산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 별도상품을 통해 재송신료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별도상품은 기존 유료방송 상품에 포함된 지상파 채널을 따로 빼 판매하는 방안이다. MBC팩·KBS팩·SBS팩 등 각 지상파 패키지마다 월별 요금제가 표시되며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분이 반영된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이들 패키지 요금을 확인한 후 선호하는 지상파 시청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케이블TV협회는 지상파 별도상품 판매를 통해 ‘지상파 채널도 유료서비스’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한정된 재원의 유료방송시장에서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은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방송통신산업 재원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콘텐츠 시청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별도상품은 신규 가입자(HD)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기존 가입자는 유예기간을 주고 점차적으로 유도할 것”이라며 “지상파와 SO 간 전송선로망이용료는 현재 법원에서 감정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관련 요금은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를 대표하는 한국방송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별도상품이 수많은 방송콘텐츠사업자(PP) 중 유독 지상파 콘텐츠 수급비용만 따로 표시돼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유료방송사들이 향후 재송신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9일에도 케이블TV업계가 추진한 지상파 별도 요금 표시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료방송사들이 소비자 후생을 제고한다는 대외적 명분과 달리 사실상 유료방송의 기존 이익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소비자 가격을 올리고 가격 상승에 따르는 비난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 별도상품 등으로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제값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가장 싼 값에 좋은 콘텐츠 라인업을 구성하는 등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더 힘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1일 열린 케이블TV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회의 모습.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