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는 CEO 능력 관계 없이 연임 가능"

KDI '최고경영자 연임' 보고서 발표…"이사회 견제 사실상 효력 없어"

입력 : 2016-12-14 오후 4:02:20
[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기업의 오너 일가가 기업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경우 경영자가 성과를 내지 못해도 교체되지 않는 등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사실상 효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4일 '성과가 저조한 CEO의 연임이 담합에 주는 함의'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오너 일가가 CEO를 맡고 있는 경우 경영자의 역량과 연임 확률은 상관관계가 미미 하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 CEO의 경우 CEO교체 문제에 경영자가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등의 성과지표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과에 대한 처벌 기제는 오너 일가 CEO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석결과 오너 일가 CEO는 경기 전체가 나빠질 때만 교체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들의 연임 확률은 CEO 자체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연계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성과와 CEO 교체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중요하지만, 오너 일가 CEO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EO와 지연, 학연 등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비율이 높거나 반대의견을 내는 사외이사가 없는 이사회를 가진 기업에서 성과가 저조한 경영자가 연임할 확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너 일가 CEO의 경우 이사회 독립성을 떠나 교체의 성과 민감성이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저성과 CEO를 처벌하는 기제와 이사회 독립의 관계는 전문 CEO에게 적용되며 오너 일가 CEO에 대해서는 연고관계를 떠나, 이사회의 견제가 사실상 효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담합기업의 CEO는 해당기업이 경쟁사보다 성과가 높을 때보다 산업 전반의 성과가 높을 때 연임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CEO에게 담합을 추구할 유인이 주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자체의 성과보다 산업 전반의 성과와 CEO 보상이 연계되면 경영자에게는 다른 기업과의 공동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 담합 가능성이 커진 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실제 우리나라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상대적 성과가 아니라 절대적 성과가 중요해지면 CEO들은 담합을 통해 손쉽게 산업 전체의 성과를 높이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담합기업은 경쟁기업과 비교해 상대성과에 민감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절대적 성과에는 민감하게 CEO 교체 여부가 결정됨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합유인의 증가는 특정 기업에 해가될 뿐아니라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EO는 기업의 시장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책임자로, 이들에게 주어지는 유인은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독립성을 강화하고 CEO에게 상대성과와의 연계성이 더 큰 유인 기제를 제공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이해서는 사외이사의 선임과 연임 결정에서 CEO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며 "경영자에 대한 유인 기제는 CEO의 순수한 능력과 노력을 포착해낼 수 있는 성과지표에 기반해야하며, 경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구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EO에 대한 유인기제는 기업의 선택사항이지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대상으로 볼 수 없지만 정부가 경영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담합으로 인한 기대이익을 낮추는 등 경영자 유인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뱡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4일 '성과가 저조한 CEO의 연임이 담합에 주는 함의'를 통해 "오너 일가 CEO로 분석대상을 제한하면 담합 여부와 상관없이 교체의 상대성과에 대한 민감성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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