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강만수(70) 전 산업은행장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강 전 행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뇌물·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강 전 행장의 경남고 동문인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행장은 지난 2012년 11월 플랜트 설비업체인 W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지역구 새누리당 원유철(54) 의원으로부터 "산업은행이 W사에 대한 대출을 승인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대출심사 담당 직원에게 대출이 될 수 있도록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해 W사에 대한 시설자금 490억원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W사 대표 박모(53·별건 구속)씨는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고 신용등급도 낮아 대출 담당자가 대출을 거절하자 원 의원에게 대출을 청탁했고, 원 의원은 강 전 행장을 찾아가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 비서실장을 거쳐 대출담당자가 대출을 거절한 사실과 그 사유를 보고받았는데도 대출이 될 수 있도록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은 한보철강에 5조원대 특혜성 대출을 해준 이른바 '한보 사태' 이후 1998년 7월부터 대출 관련 청탁과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장을 대출심사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한 대출심사규정을 무시한 채 대출심사 담당자에게 압력을 행사했고, 실무자들은 그 지시를 따르기 위해 W사의 신용등급을 부당하게 상향 조정하고 대출을 실행했다. 이후 W사는 지난해 3월 부도가 나면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회수할 수 없는 상태다. 274억원 상당은 손실 처리, 128억원은 출자 전환했으나, 사실상 회수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은 2012년 3월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돼 취임을 앞두고 있던 고재호(61·구속 기소) 전 사장,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대우증권 대표 임모씨에게 국회의원 7명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의원 1명당 2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기부하고, 의원 측에는 내가 기부하는 것을 알려주라"고 요구해 고 전 사장이 1740만 원을, 임씨가 2100만원을 직원 명의로 기부하게 한 혐의도 적발됐다. 이에 앞서 강 전 행장은 2011년 3월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임씨로부터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의 뇌물을 받기도 했다.
또 강 전 행장은 2008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임 회장으로부터 현금 등 1억4500만원을 받은 것은 물론 한성기업 관계사 명의 골프장 회원권의 정회원으로 등록한 후 계속 이용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에 출자금 10억원을 투자받는 등 지속해서 금품과 경제적 이익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산업은행장 재직 시 수수한 부분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산업은행장 퇴임 직후 부분은 부정처사후수뢰, 나머지 부분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 재직 시 임 회장으로부터 산업은행 대출 담당자가 대출 실행을 거절한 선박구매자금 620만달러 대출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은 후 대출을 실행하도록 지시했다. 한성기업이 생산한 선물세트를 구매해 달라는 청탁에 따라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에서 3억850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구매한 사실, 고 전 사장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 등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산업은행장 퇴임 후에는 산업은행 대출담당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한성기업 관계사가 대출 담보로 제공한 선박에 대한 근저당권을 부당하게 해지하도록 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남상태(66·구속 기소) 전 사장의 경영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경영컨설팅 과정에서 종친이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24억원 상당의 공사를 하도급하게 한 사실도 확인해 제3자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강 전 행장을 직권남용·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강 전 행장은 지난 2009년 1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할 당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바이오업체 B사에 66억7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다. 이후 2011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산업은행장 재직 시 남 전 사장을 압박해 대우조선해양 자금 44억원을 B사에 투자하게 했다.
부실기업에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 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