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훔쳤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등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54) 시인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 시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결과 오히려 피고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이 나오는 등 그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게시물에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게시물 전체 내용에 비춰 이는 세부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거나 일부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결국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은 진위불명에 해당할 뿐 그 허위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후보자 비방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기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고, 이 사건 게시물 내용은 '비방'에는 해당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 유묵의 현존 확인은 물론 유권자에게 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공직담당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이 사건 게시물 적시의 중요한 동기로서 사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안 시인은 2012년 12월10일부터 그다음 날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17회에 걸쳐 '박근혜 후보가 보물 제569-4호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거나 그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후보자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후보자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배심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서는 무죄, 후보자 비방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능력이나 자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도덕적 흠집을 내는 것으로 공표 당시 박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했다"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후보자 비방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