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근혜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법 32조(자료제출 요구 등)를 들어 헌법재판소의 특별검사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가운데 헌재는 “과거 사례도 있다.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16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헌재의 요청에 이날 답변서뿐만 아니라 이의신청서도 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법 32조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2조(자료제출 요구 등) 단서 조항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자료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신속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앞서 헌재는 15일 재판관 회의를 통해 준비절차를 전담하는 수명재판부(재판장 이정미 재판관) 명의로 특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관련 기록 송부를 요구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의 일반 절차를 따르는데 헌재는 형사소송법 272조에 따라 수사기록 등을 요구했다.
헌재 관계자는 “(자료제출 요구는) 신속하게 탄핵심판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 진행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측근비리 사건 자료를 법원에서 받은 바 있다"면서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2심 재판 진행 중 변론종결 전에 관련 자료를 받았다"고 과거 사례를 들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인용결정을 내릴 경우 헌재 스스로 헌재법을 위반했음을 자인할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은 수명재판부가 아닌 전원재판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박영수 특검팀은 헌재의 자료 요구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기록이 1톤 분량으로 방대해 자료 일부를 선별해 다음 주 중으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대통령 탄핵사유 모두를 부인한다”는 내용으로 A4 24장 분량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헌법위반뿐만 아니라 법률위반 모두 부인했고,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직접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의견서를 제출한 뒤 브리핑실을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명성·이중환·손범규 변호사.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