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가 발전에 한 몸 불사르겠다”… 대선출마 시사

정치권은 출마 부정적…여 “유일한 보수 후보 아냐”, 야 “기회주의자 닮아”

입력 : 2016-12-21 오후 2:23:37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살라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올해로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직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귀국하는 반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 기자간담회를 갖고 “귀국 후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면서도 “국가의 발전과 국민 복리민생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면서 기존 정치 세력과 함께할 뜻을 시사했다. 또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비박이나 친박 등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이 특정 정당이나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당내 기득권이나 계파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반 총장은 야권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평생 살면서 배신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며 정치적 공격”이라고 발끈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2011년에 참배했다”며 “언론에는 보도가 많이 안됐지만,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초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귀국 후 거론되는 ‘반기문 재단’ 설립 문제에 대해 “아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이라며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 총장의 발언에 여야 정치권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거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선하고 깨끗한 보수 인사가 등장할 수 있다. 지금 우리 보수 쪽에서 거론되는 인사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에게 ‘꺼삐딴 리’ 일독을 권한다”며 “반 총장과 소설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가 닮아도 꼭 빼닮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인국 박사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친일,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는 친소, 월남 뒤 미군정이 들어선 남한에서는 친미로, 얼굴을 바꿔가며 성공을 거듭해온 기회주의자”라며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반 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전제했다. 이미 내려놓은 답에 맞춰가지 말고, 말씀처럼 부디 많은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기 바란다.”고 일침했다.
 
반 총장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됐지만,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생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의 유력 차기 주자로 거론돼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4일 오후(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입장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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