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고액자산가들(VVIP)을 대상으로한 사모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들은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고액자산가(VVIP)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공개(IPO)시장 펀드, 고객 참여 방식, 은행-증권 결합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사모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11월 말 기준 사모펀드 잔액(주가연계펀드 포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증가한 5조원 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사모펀드를 발행하려던 연초 계획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들로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특히 49인 이하의 투자자들로 구성돼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고객 맞춤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 또한 최대 10년까지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F)을 제외한 사모펀드 잔액이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말 기준 1조2500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은 지난해 64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올해에만 5500억원의 사모펀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54%) 늘어난 수치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펀드가 5억달러 이상 판매되며, ELF를 제외한 사모펀드 조성액이 8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사모펀드 확대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에 성공하면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고액자산가를 많이 유치하면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한 사모펀드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내년에도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추진한 고객 참여 방식의 사모펀드 발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고객과 함께하는 사모펀드 세미나'를 개최하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펀드를 구성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판매한 700억원 규모의 고객참여 방식 사모펀드의 모집인원을 채운데 이어 지난 9월에도 1000억원의 사모펀드가 1주일 만에 완전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이어 투자자와의 투자자들과의 약정을 맺고 안정적인 투자 수인사모펀드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비상장회사의 투자하는 기업공개(IPO)시장 펀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상장되지 않은 신규회사에 투자해 상장 이후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 상품을 말한다. 이 펀드는 상장기간이 길어질 경우 빠른 자금 회수가 어렵지만, 고액자산가에게는 장기적인 투자처로 유리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IPO 관련 사모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민은행의 PB는 이와 관련한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액자산가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분리과세 공모주 펀드와 채권, 주식형 펀드 등 다양한 사모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은행 최초로 선보인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상품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한국 부자 중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자산관리 및 PB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0.5%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도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한 PB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 은행들이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모펀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자산가에게 맞춤 상품 구성이 가능한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PB센터에서 고객이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