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이동통신 업계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대형 히트작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대표적인 활성화 지표로 꼽히는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1월 1만6000건 수준에서 이달 들어 20% 정도 줄어들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전산 휴무일 제외) 이통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총 30만3911건.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3213건으로 전월(1만6809건)에 비해 21%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만6244건보다도 낮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은 2만4000건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주 이통3사의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도 1만3420건에 그쳤다. 해당 기간 총 번호이동 건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을 제외하고 1만1000건~1만4000건 수준에 머물렀다. 유독 24일만 주말 효과에 힘입어 전날(1만2431건)보다 5476건 증가한 1만7907건을 기록했다. KT가 959명 순감해 이통3사 중 가입자 이탈이 가장 컸던 반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각각 654명, 305명 순증했다.
번호이동 건수가 연말에도 정체 구간에 머무르면서 유통 상인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10년째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는 김모(54)씨는 "크리스마스 기간 매출도 평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해 연말 특수는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유통점주도 "지난 9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발생한 이후 3개월 연속 장사가 안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이통3사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시장 정체는 실적 불안과 직결된다. 앞서 이통3사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최소 36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갤럭시노트7 공백을 메울 아이폰7마저 출시 초기 반짝 흥행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마케팅비 손실 만회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매해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대형 히트작도 없어 손쓸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신년을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로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전략은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인상으로 요약된다. KT는 지난 24일 전용폰 비와이의 출고가를 기존 31만6800원에서 28만8000원으로 인하하고, 스카이 아임백 출고가도 기존 39만9500원에서 25만3000원으로 낮췄다. 아이폰6 시리즈 출고가도 8만~29만원가량 낮췄다. SK텔레콤도 전용폰 루나S 출고가를 기존 56만877원에서 49만9400원으로 내리는 한편 X스크린의 지원금을 최대 2만6000원 올렸다. LG유플러스도 아이폰6와 아이폰6+ 지원금을 20만원가량 높였다.
서울 송파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휴대폰 개통 시 1+1'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신지하 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