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에 부는 변화의 바람…"아직 갈길 멀어"

정부, 서울시 임대 사업 체질 개선…"공급 뿐 아니라 운용의 묘 살려야"

입력 : 2016-12-26 오후 5:02:1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공급폭 확대를 골자로 한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하지만 제도적 여건 보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뉴스테이를 비롯해 서울 특화형 임대주택 시프트 등 주요 임대주택 정책들이 월세 부담을 낮추고 한정된 공급 형태를 다양화 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8년간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주변 시세 대비 높은 임대료가 문제로 지적됐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 신도시와 고양시 지축지구에 첫 협동조합형 단지를 선보이며 체질 개선에 도전한다. 
 
기존 건설사 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일반 뉴스테이와 달리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공급하는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상 전세와 다름 없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보증금 1억원에 30만원의 월세로 입주하는 세입자가 월세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계획상 별내 신도시에 건설되는 뉴스테이 74㎡형과 84㎡형에는 보증금 조절을 통해 10만원의 월세를 납부하고 거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존 뉴스테이가 보증금 조절을 통해 월세를 낮출수는 있지만 비교적 높은 월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에서 선보인 한 단지의 경우 보증금 7000만원, 월세 52만원을 기본형으로, 최대 보증금 한도를 1억1000만원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지만 그래도 월세는 42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사들이는 주택을 모든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다음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장기전세주택(시프트)만 들어갈 수 있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안에 국민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중산층을 겨냥한 시프트 비중을 낮추고 취약계층을 위한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 조례안 개정에 따라 시가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사들이는 주택을 모든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수 있게됐다. 이에따라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재건축 단지에도 국민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이 들어설수 있게된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전경. 사진/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초 입주자 모집 후 추가모집 시 잔여물량의 30%를 신혼부부에서 우선 공급하거나 다자녀가구 중대형 임대주택 물량 확대, 다문화 가구 임차권 승계자격 완화 등에 나선다. 해당 제도 개선은 오는 30일 이후 시행하는 국민임대주택 신규공고부터 적용된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잇달아 임대주택 제도 변화에 나서는 이유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임대 공급 확대 요구가 커지자 사업 추진 시 투입되는 재정에 대한 부담도 가중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 내 장기전세주택을 공급을 목적으로 조합으로부터 주택 매입에 투입한 비용은 지난 2011년 약 113억에서 지난해 302억원 가량으로 증가한 뒤, 올해 10월까지 1003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때문에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한번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최대한 많은 이들을 혜택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건축비 감축 등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제도 변화를 통한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운용 측면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공공임대와 개인임대로 양분된 국내 임대주택체제에서 무작정 지어서 공급하기 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는 임대문화를 산업화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임대 법적 책임 공방에 대한 기준 제시와 정부가 일정 주거비용을 보조하는 바우처 제도 등 주거환경 보장을 위한 임대업 선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5% 후반 대의 국내 임대주택 비중의 경우 영국과 일본 (5%대), 미국(1%대)에 비해 적은 양은 아니다. 적은 건지 나쁜 건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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