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이 본 2016년 국회) 윤소하 "제 분야서 물불 안가리고 현장을 찾아갔다"

올해동안 39건 법안 대표 발의…"현장·국회 잇는 의원 되겠다"

입력 : 2016-12-27 오후 3:10:29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정의당 윤소하입니다”. 최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유심히 지켜본 이들에게는 귀에 익숙한 인사말이다. 인사말 뒤에는 여지없이 부패한 사회 기득권을 향한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진다.
 
마른 체형에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날선 질문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무섭고 깐깐한 성격’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사실 윤 의원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어머니’로, 정치의 본령은 현장에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부패세력에게는 차갑지만 국민에게는 따뜻한 윤소하(비례대표) 의원을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올해 성적표를 묻자 윤 의원은 “제 스스로 어떻게 매기겠나. 성적은 국민들이 매겨주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제게 맡겨진 분야에서 물불 안가리고 현장을 찾아가려 했다. 최소한 게으름은 피우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실제 윤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일당백의 능력을 요구하는 정의당 내에서도 특히 바쁜 의원으로 손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그는 지난 6월 만16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 진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어린이병원비 걱정제로법’을 시작으로 39건의 의안을 대표 발의했고 300여건에 가까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함께 국회 저출산 극복 연구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당내에서는 4·16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누리과정 예산 등을 도맡아왔고, 최근에는 당을 대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들어가는 등 지난 7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
 
윤 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았지만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한 자기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현장과 국회를 잇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내년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어린이 무상의료’다. 윤 의원은 “아이들 교육과 건강문제는 하나다. 아이들이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데, 건강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윤 의원의 논리다. 그는 “아이가 아프면 가족이 아프고, 가족이 아프면 이웃과 사회가 아프다”며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 주춧돌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비례대표인 윤 의원은 목포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고 30년 넘게 지역에서 시민활동을 한 목포 토박이다. 목포가 사실상 지역구지만, 정치거물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으로 버티고 있다. 윤 의원은 “호남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질서를 바꾸는 대전환”이라며 “제가 그 맨 앞에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올해 본인의 의정활동에 성적표를 매긴다면
 
스스로 어떻게 매기겠나. 성적은 국민들이 매겨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최소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성적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저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고 국민들이 선택해준 일꾼이라 생각한다. 그에 걸맞게 제게 맡겨진 분야에서 물불 안 가리고 현장을 찾아가려고 했다. 최소한 게으름은 피우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목포지역 시민운동가로 잔뼈가 굵었는데, 제도권인 국회에 들어온 소감은
 
저는 지난 30년간 시민사회에서 상근으로 활동했다. 저는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깨고 싶었다. 즉 ‘삶의 현장과 국회를 잇자’는 것이 제 생각이었다.
 
입법활동이나 정책활동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만 이뤄져서는 안된다. 삶의 현장과 연결해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저는 현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쌀값 폭락으로 아우성치는 농촌 현장,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동 현장,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격무에 지쳐가는 보건의료 현장 등을 직접 찾아 다녔다.
 
이제 국회에 와서 7개월이 됐는데 상황이 쉽지는 않다. 그간 우리 사회에, 특히 박근혜 정부 기간 쌓였던 온갖 적폐들이 국민들의 힘에 의해 깨지고 분출되는 과정의 가운데에 서게 돼 정신이 없다.
 
초선의원이지만 당내에서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누리과정 예산 등을 맡아 해왔다.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들어갔다. 지난 7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이다.
 
밖에서 본 국회와 안에서 본 국회는 큰 차이가 있나
 
저도 밖에서는 국회가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좋지 않은 눈으로 본 것이 사실이다. 저는 시민사회에서 노동자와 농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싸웠고 그 투쟁대상은 국회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국회의원이 그냥 놀고먹는다는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는데, 저도 우스갯소리로 ‘내가 이러려고 국회의원이 됐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 시민사회 상근활동을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본 적이 없다.
 
그만큼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한 자기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정의당은 원내 소수당이지만 다루는 분야의 폭이 넓다. 민영화 문제나 사드배치, 공공의료 문제 등 다양하다. 그런 전국 현장들을 직접 찾아 다니고 일정 성과를 만들어 낼 때마다 위안을 삼고 있다.
 
내년에는 대통령 탄핵문제도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은데, 의정활동에 있어 특히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싶나
 
시민운동을 하면서 지난 2010년 목포에서 전국 첫 주민발의 무상급식조례 제정을 추진했고 지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복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국가가 보장하는 ‘어린이 무상의료’를 제일 하고 싶다.
 
아이들의 교육과 건강문제는 하나다. 아이들이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데, 건강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오히려 줄이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가족이 아프고, 가족이 아프면 이웃과 사회가 아프다. 지금 고령화 문제가 이슈인데 아이들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우리 사회 건강의 주춧돌이 된다. 그것을 중심과제로 꾸준히 추진하겠다.
 
온 국민의 관심이 모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비교섭 단체 소속으로 많이 힘드것 같은데, 활동 소감은
 
위원장과 원내교섭단체 간사 중심으로 국조특위 운영이 결정되고, 의원 의사진행발언도 제한하려고 해 답답한 적이 많았다. 초반에 제가 오죽했으면 “그렇게 하려면 4명이서 알아서 하지 뭐하러 18명이나 불러서 하나”라고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다.
 
시간 배정이나 주요 증인 신청에 있어 야당 의원 간 공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 보니 질의 하나 하나에 국민들의 반응이 올라온다. 때로는 칭찬, 때로는 질책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 국민들이 주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 출석해도 모르쇠로 버티는 증인들을 보며 국민적 기대에 많이 부족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아직 국조특위 활동 기간이 남아있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거대 정책이슈에는 존재감이 확실하지만 지역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 비례대표인데 지역구 도전은 준비하고 있나
 
저는 목포에서 30년간 시민활동을 해왔고 지난 2008년과 2012년 총선 출마경험도 있다. 최근에는 국조특위 준비 때문에 매주 내려가기 어려웠지만, 수시로 지역에 내려가 주민들을 만나고 의견을 듣고 있다.
 
정치거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상대인데 어렵지 않나.
 
상대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호남정치가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다. 호남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질서를 바꾸는 대전환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 맨 앞에 서겠다.
 
앞으로 의정활동에 대한 각오 부탁한다. 앞으로 어떤 국회의원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나
 
저는 존경하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는 늘 어머니라고 답한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아프면 잠을 못자고, 아이들이 배고프면 식사까지 거르고 또 집안 살림살이까지 다 챙기신다. 국회의원이 그래야 한다. 그런 것이 정치 아닌가. 어머니의 마음과 시선, 그런 행동으로 정치를 일궈내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의 출발점이다.
 
국회에서 국민과 동떨어져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국회와 삶의 현장을 잇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국회 안에만 머무는 것 아니라 삶의 현장을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다. 단순히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국회에 옮겨오고 성과를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그것이 제 기본 정치철학이다. 현장을 잘 알고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지난1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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