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박성욱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이 승진 첫 행보로 2조2000억원 규모의 공격적 투자를 선택한 데 이어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 성장세가 가파른 낸드플래시 시장 선점을 위해
64단
3D(3차원
) 낸드 기술개발을 건너뛰고 세계 최초로
72단 양산에 돌입키로 했다
. 낸드플래시 최강자인
삼성전자(005930)를 단번에 추월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지 않겠다는 것으로, 관건은 기술력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박 부회장은 지난 21일 SK그룹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첫 직원 출신' 부회장인 그가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낸드플래시'. 급증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키 위해 2조20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통 큰’ 투자도 결정했다. 대규모 투자에 이어 이번에는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48단 3D 낸드 제품을 양산한 데 이어 72단 제품 개발을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64단 생략·72단 직행이라는 초강수 전략을 택했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기술력 우위를 점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24단, 2015년 48단 3D 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올해 64단 양산 준비도 마쳤다. 내년 초 64단 낸드가 적용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출시될 예정이며, 2018년 양산 목표로 96단 낸드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그간 D램에 전념하면서 낸드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 36단(2세대) 제품을 지난 2분기부터 판매 시작했고, 48단 제품은 지난달 양산에 돌입했다.
이는 승부수로 이어졌으며, 판단 근거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이다. 충분한 공정기술 능력과 인력 등을 보유했으며, 대규모 시설 투자 결정으로 자신감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 적층을 쌓는 미세공정기술 역량도 충분히 갖췄고 반도체 전문 연구임원 5명을 신규 선임하는 등 기술개발 인력도 확충했다"면서 "올해 이례적으로 반도체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 자체가 충분히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의 추격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D램은 10나노, 20나노 등 기술역량을 판단하는 정형화된 툴이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아직 그런 툴이 없다"면서 "64단을 건너뛰고 72단으로 바로 간다고 해서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제품이 양산되기 전까지 단수만 봐서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물량, 공급처 등의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을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