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본격적 정체기에 진입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주요 제조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정상은 지켰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애플도 연매출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반면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화권 3인방은 안방인 중국시장을 석권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화려한 데뷔 초라한 퇴장 '갤럭시노트7'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좋았다. 조기 출격한 갤럭시S7(엣지)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는 듯 했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8091만대로, 애플(4190만대)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시장점유율도 28%까지 개선됐다. 8월 뉴욕에서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노트7은 연타석 홈런을 날릴 기대주로 꼽혔다. 스마트폰 최초로 적용된 홍채인식 기능과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살린 S펜 등 혁신으로 무장하면서 찬사가 쏟아졌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출시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첫 번째 발화 사고가 보고됐다. 국내외에서 연일 이어지는 사고에 삼성은 전량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다. 발화 원인으로는 배터리 결함을 지목했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제품 교환 후에도 발화 사고가 이어졌다. 선제적 리콜로 반전시켰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주요 항공사들의 기내 반입 금지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갤럭시노트7은 출시 54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제품 회수와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외부기관과 함께 진행 중인 원인 분석은 약속한 해를 넘기게 됐다. 그럼에도 삼성의 저력은 강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7%로 1위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블루코랄, 블랙펄 등 새로운 색상이 추가된 갤럭시S7과 보급형 갤럭시A, J 시리즈 등이 선방해 준 덕이다.
주춤한 애플, 날아오른 중국
애플도 흐린 한 해를 보냈다. 2016회계연도(2015년 10월~2016년 9월) 매출이 2156억달러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애플의 연매출 역성장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6s의 부진이 뼈 아팠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매출이 각각 8%, 31% 급감한 영향도 컸다. 9월 말 출시된 아이폰7(플러스)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예년의 영광을 재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중화권 신흥 3인방은 약진했다. 화웨이는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며 글로벌 3위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9월에는 지난해보다 두 달 앞서 글로벌 출하량 1억대를 달성했다. 3분기 기준 출하량이 100% 증가한 오포는 화웨이를 제치고 중국시장 왕좌를 차지했다. 형제 기업인 비보 역시 115%가 넘는 성장세로 글로벌 5위권 업체로 도약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의 점유율 합계는 삼성을 앞선다.
혁신 총아 '모듈폰' 슬픈 엔딩
제품의 외양이 하나로 수렴하는 성숙기 시장에서 과감한 폼팩터 변화로 혁신을 추구했지만 실패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을 표방한 LG전자의 'G5'가 대표적이다. G5는 제품 하단의 모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다변화를 꿈꿨다. 오디오, 카메라 등의 디바이스를 스마트폰 하나로 통일하고자 했지만 기술력의 한계만 드러냈다. 출시 이후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빠르게 꺼졌다. 실적도 다시 부진의 늪으로 빠졌다. MC사업본부 연간 적자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LG전자는 내년 출시 예정인 G6에는 모듈형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사실상 모듈폰을 포기했다. LG와 함께 모듈폰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됐던 구글도 '아라 프로젝트'를 접었다. 대신 '픽셀'이란 자체 개발 폰을 내놨다. 모토로라의 모듈폰 '모토Z' 역시 반향은 크지 않다. 한편 국내에서는 팬택이 1년 7개월 만에 '스카이' 브랜드의 'IM-100(아임백)'을 들고 돌아왔다. 합리적 가격과 블루투스 스피커 겸용 무선충전기 번들 등에 힘입어 출시 첫 달 8만6000여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성공적으로 보이던 토종 브랜드의 귀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말 기준 출하량은 13만2000여대로, 연말까지 목표한 30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