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이정운기자] 국내는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기침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2017년 경영전략의 초점을 '생존'에 맞췄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금리 상승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이자 장사를 하는 금융사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역으로 은행들이 주력으로 삼아온 가계대출 등 대출 자산 성장이 줄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은 6%대로 잡았다. 작년 3분기말까지 평균 7%대, 연말까지 10%대의 대출 자산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올해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지난달 28일 금감원 금융포럼에서 "은행들이 2016년과 같은 대출 성장을 유지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유지하다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별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비롯해 자산관리, 디지털·모바일 혁신, 해외권역 집중 발전 전략 등 다양한 생존법이 2017년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경영계획 초안을 이달 중으로 확정지을 방침이다.
한 은행권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내년초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방안이 나오면 최대계열사인 은행과 함께 증권 보험사와 자산관리 시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경기 자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익 유지 또는 개선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채권 자산이 많은 보험업권의 경우에는 금리 인상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본확충에 나서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이익이 낮아져 건전성(지급여력 비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리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자 주요 보험사들의 매도 가능한 채권 보유에 따른 평가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감소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동양생명과 KB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말 각각 6250억원과 17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빠르게 악화돼 일부 보험사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의 상승으로 가계부문 연체율이 올라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카드론 증가세에 힘입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한데 따른 풍선효과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은 23조172억원(작년 3분기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7.54% 늘어난 수치다.
카드사들은 늘어난 부채관리를 위해 이자율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의 수익비중이 카드사들 전반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카드론의 부채 관리가 중요시 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카드론 이자율을 올리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내부적인 정보분석 능력을 강화해 부실채권 발생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업포트폴리오 비중을 분산시키고, 위험도가 낮은 기업대출과 부가사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외형적인 수익이 줄더라도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험요인을 분산시켜야한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지만 위험도도 낮은 기업대출 확대와 부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미국 기준금리 직후 금융위원회 주재로 시장상황 비상점검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이정운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