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금융권 판도변화)①조기 대선·금리인상 변수…금융정책 대변화 예고

박근혜 표 '금융개혁' 동력 상실…성과연봉제 등 난망
정권교체 앞두고 중간금융지주사법·최고금리인하 여부 촉각

입력 : 2017-01-0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종호기자] 올해도 굵직한 대내외 변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추진하는 금융정책에도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정치역학구도의 변화에 따라 현 정권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 정책이 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초부터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고위직 인사 역시 안갯 속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제도 이사회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라, 금융사들은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내년도 금융권 정책 및 인사 판도 변화를 짚어봤다. (편집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우리나라 조기 대선 가능성 등 대내외 변수가 산재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정책에도 대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금융업권은 리스크 관리를 주요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의 탄핵정국이 조기 대선으로 옮겨 붙으면 박근혜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도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권 및 금융사별로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안들도 정치 격변기와 연계해 해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올해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에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시장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내년 역시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대처하는 일이 금융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불안 요인들이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불과 1년 전에 새해 신년사로 '거친 개혁'을 강조한 것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개혁 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인상 행렬이 국내 금융사를 비롯해 중소기업,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 등에 유동성 직격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인 금융개혁의 추진은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인 성과연봉제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최근 산하 공기업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4곳은 내년에는 개인별 성과평가만 받고 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은 2018년부터 지급 받는다.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이 한 해 늦춰진 셈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축인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도 정치권과 연대를 준비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금융노조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보다 단결된 대정부 투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에게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노사 갈등 사안이라기보다는 노정 갈등으로 보고 있다"며 "2018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이사회 의결을 강행했지만 큰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조기 대선 가능성을 비롯한 정치권 격변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삼성생명(032830)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삼성증권(016360) 지분을 매입하면서 삼성그룹이 제조부문은 삼성전자(005930), 금융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각각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지주사가 중간금융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오너일가의 사금고화와 부실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고수해왔던 '금융·산업 분리 원칙'을 다소 풀어주자는 취지다.
 
이 개정안이 입법되면 삼성생명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 격변기에 중간금융 지주회사법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또 '최순실 특혜지원' 특검수사 결과도 앞두고 있어 사업계획 수립에 애로를 겪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대부업권 역시 정치권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법이 개정돼 연 27.9%로 대출 상한금리가 낮아진데 이어 또 다시 대출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이자 총액을 제한하는 등 대부업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법정상한 대출금리를 현재 연 27.9%에서 20%수준으로 인하하는 대부업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금융권 금융사들은 법안 통과 유무를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 법정 상한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뒤 1년이 안된 상황에서 또 다시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금융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사가 채무자에게 갚을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대출 실행에 책임을 묻고 채무자의 사정으로 빚을 갚기가 어려운 경우 갚는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율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소비자신용 보호법'도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상한금리가 인하된지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금리가 낮아질 경우 금융사들은 낮은 신용등급의 대출 부터 줄이게 된다"며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정부의 서민금융 대책이 그 수요를 받아들 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이종호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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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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