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건설사 사장들은 국내외 건설시장이 올해도 위태로울 것으로 전망하며 신년사를 통해 '질적 성장'을 화두로 제시했다.
정수현
현대건설(000720)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 역시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환율과 유가불안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우리 경제와 건설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유년 새해에는 모든 업무나 시스템에 있어서 '한 단계 더 스마트하고 똑똑해지자'는 것을 목표로 삼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SMART'를 올해의 목표로 정하고 철자에 따라 ▲Speed(신속) ▲Measurable(측정 가능한) ▲Attainable(달성 가능한) ▲Realize(현실화) ▲Timeless(영원한)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박창민
대우건설(047040) 사장도 "올해 대외 경영환경은 유가와 금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성장에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겹쳐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건설업은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감소하고 국내 부동산경기가 하락 국면에 들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박 사장은 수익성 중심 내실경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호황이 지속됐으나, 연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정부의 규제 강화, 가계부채 관리 대책 등이 잇따르면서 시장은 소강상태로 마감됐다. 연말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 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올해 부동산 시장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재식
현대산업(012630)개발 사장은 "올해는 주택공급 과잉과 부동산 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지만 모두가 어려울 때가 오히려 우량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가 가진 주택사업의 남다른 개발역량을 애프터 마켓(After Market)까지 확장해 파생사업을 창출하면 이는 기존사업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건설도 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82억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 2007년 398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0년 2배 가량 증가한 716억달러를 거둬들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2014년까지 600억달러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신속 정확한 공정관리로 당초 계약보다 공기를 단축하면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며 "특히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해외현장에서 의사결정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피치 못할 현안이 발생할 경우 '선조치, 후보고'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도급형 사업은 강화된 리스크 관리체계 아래 철저히 수익성 확보를 전제로 선별수주에 나서 것"이라며 "베트남 신도시 개발사업과 같은 양질의 투자개발사업을 적극 발굴하며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내실경영 원칙을 확고히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기획·설계·인허가 등 업역을 국내외에 걸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면 수주기회가 확대되고 ICD(두바이 투자공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한국·싱가포르·두바이 3대 허브 정착을 실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국 건설업계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내적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창민 사장은 "과거 고성장기처럼 수주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은 더 이상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는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핵심사업을 선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창민 사장이 2일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