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삼성SDI(006400)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2017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에서 20분 급속충전으로 서울과 부산 거리(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공개했다.
아직 시제품이긴 하지만 삼성SDI는 자체 기술로 순수전기차(EV) 대중화를 한 걸음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SDI가 계획하는 양산 시점은 오는 2021년으로,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확보가 대중화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해 한 번 완전 충전으로 최대 6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 셀을 공개한 바 있지만, 당시에 충전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배터리 셀은 용량의 80%인 500km까지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그 이후 100km를 더 충전할 때는 충전 특성상 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더욱 소요된다.
삼성SDI는 수익성 부진이 계속되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8734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와 2015년 적자액(598억원)까지 더하면 1조원이 넘는다. 예기치 못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적자폭은 더욱 심해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 규제로 중국 판로까지 막힌 상황. 경쟁업체인
LG화학(051910)은 탄탄한 석유화학 사업이 배터리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부를 롯데에 넘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최종 발화 원인은 배터리 문제가 아닌 '설계 결함'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올해 갤럭시S8과 갤럭시A 시리즈에 배터리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호재성 이슈가 나오고 있다. 급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셀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시장도 반응했다. 이날 삼성SDI의 주가는 전날보다 2.65% 오른 주당 11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셀과 확장형 모듈은 본격적인 EV(순수 전기차)시대의 조기 도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한 개에는 보통 12개 안팎의 셀이 들어가고 용량은 2~3kWh(킬로와트시) 수준이지만, 이번에 공개한 확장형 모듈에는 한 개에는 24개 이상의 셀이 들어가 6~8kWh의 용량을 담을 수 있다. 삼성SDI는 안정성 문제에 대해 "용량이 커질수록 취약해질 수 있는 안전성을 오히려 더욱 높은 수준으로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SDI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연비 경제성이 우수한 12V(볼트) 및 48V LVS(저전압시스템) 풀 라인업도 소개했다. LVS란 60V 이하의 배터리 시스템으로,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일반 자동차의 전력원으로 사용된다. 이 제품들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비해 5~20%에서 효과적으로 연비를 개선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SDI는 또 에너지밀도, 출력 등 기본 성능이 향상된 '21700' 원형 배터리를 함께 전시했다. 최근 미국의 스타트업 자동차 회사들이 이 제품을 채용한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헝가리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며 한국, 중국, 유럽의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이 '볼트(Bolt)'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한 번에 383마일(약 616km)을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시간 등 자세한 내용은 고객사와의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량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충전시간을 줄이는 것이 업계 트렌드는 맞다"면서도 "대중성을 가질 수 있는 가격과 한꺼번에 많은 전류를 넣었을 때 견디도록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20분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셀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SDI 본사 전경. 사진/삼성SDI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