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범들, 이번엔 사법부 농락

최씨 이어 정호성 전 비서관도 탄핵심판 "불출석"
"형사재판 준비해야"…최씨는 특검·탄핵 돌려막기

입력 : 2017-01-10 오전 12:42:2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탄핵심판 핵심 증인들인 국정농단 인사들이 연달아 탄핵심판 불출석을 헌법재판소에 통보하면서 탄핵심판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재 관계자는 정호성(48·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관이 10일 열리는 탄핵심판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10시쯤 불출석 사유서를 헌재 당직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형사재판과 탄핵심판 증언이 관련이 있고 오는 18일 법원 형사재판 공판기일이 잡혀 있어 출석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다만 오는 18일 형사재판 기일 이후로 기일을 다시 지정해주면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헌재 관계자는 말했다.
 
앞서 이날 국정농단의 축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역시 형사소송법 148조를 근거로 자신과 딸 정유라씨의 형사소추된 사건이 있어서 진술하기 어렵다며 10일 탄핵심판에 대한 불출석사유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한편, 최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도 이날 오후 2시까지 특검 사무실로 나와 조사에 응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준비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며 불출석했다. 특검 조사는 탄핵심판을 사유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을 사유로 각각 거부한 것이다.
 
10일 열리는 탄핵심판은 3차 변론기일로, 오전 10시에는 정 전 비서관이, 오후 2시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과 최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씨와 정 전 비서관 모두 탄핵심판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서 심판 진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최씨 등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면서 박근혜 정부 실세로 활동해 온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역시 지난 52차 탄핵심판 변론기일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렇다 할 사유 없이 불출석했다. 현재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헌재는 안·이 두 전 비서관에 대한 소재를 파악해달라는 내용의 소재탐지촉탁을 경찰에 한 상태다. 반면 특검은 두 사람이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 등 기존에 드러난 혐의 외에 또 다른 혐의를 잡고 있어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한 뒤 불응하면 강제구인할 예정이다.
 
헌재도 103차 변론기일에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불출석 사유를 재판부가 심리한 뒤 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강제구인장을 발부해 두 사람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묵인을 받아 이재만 전 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청와대 비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구속기소됐으며, 최씨는 박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 전반을 농단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역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씨 등은 재판청구권을 근거로 한 방어권 보장을 불출석 사유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법조계는 '후안무치'라며 들끓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지금 사건은 사소한 민사 분쟁이 아니다.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국가적 중대성에 비춰볼 때 최씨에게 출석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는데 아예 출석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이라며 "최씨의 이런 행위는 본인의 형사소송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헌재 공보관을 역임한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 기일에 한 명씩만 증언하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라며 "재판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왼쪽)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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