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현대차그룹 임원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 중 하나는 정의선 부회장의 인맥이 어느 정도나 발탁되느냐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인사는 직접적 정의선 체제 구축보다는 내년의 극심한 글로벌 경쟁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안정화 및 융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 그룹에 속하는 인사들은 퇴진이나 전보 없이 오히려 승진하거나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정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용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내년에 현대차그룹이 큰 공을 들일 중국사업 총괄 책임자인 설영흥 부회장이나 연구개발분야 '총사령관'인 이현순 부회장도 자리 이동이 없었다.
이는 이번 인사의 목표가 세대교체 혹은 정의선 체제 구축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규모로 이사 및 이사대우 승진을 단행한 것은 기초적 후계체계 구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대규모로 인재들을 발탁하고 이들이 향후 몇년간 경험과 업적을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쌓아가면서 자연스레 '정의선 인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승진폭이 컸던 배경도 관심이다.
정석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김순화 알라바마 법인장, 송창인 품질본부장, 김한수 구매담당 등 3명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그룹 전체 부사장 승진이 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비스에서만 3명의 부사장 승진은 파격적이다.
이는 앞서 그룹 1.5세대인 김동진 부회장이 물러난 공백을 정 부회장에 대신하게 하는 한편, 부사장 승진을 확대해 그룹 지주회사인 모비스의 위상과 함께 정 부회장의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기아차의 승진도 눈길을 끄는데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비롯해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가장 신경을 썼던 품질 및 구매쪽 인사들이 주로 승진했다.
이들도 향후의 후계구도 구축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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