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협력으로 함께 1등"…SKT, ICT 생태계 구축 '시동'

박정호 첫 작품…ICT생태계 구축 5조원에 차세대 네트워크 6조원 '통큰 투자'

입력 : 2017-01-11 오후 5:47:14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SK텔레콤(017670)이 11일 내놓은 11조원 투자 계획은 '개방'과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좁은 내수의 한계에 갇혀 치킨게임으로 점철되는 1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의미로, 미래를 향한 박정호 신임 대표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5세대(5G) 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을 투입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을 쏟아 붓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K텔레콤이 그간의 수동적 자세를 벗고 주도적 의지를 분명히 했다.
 
AI·자율주행·IoT에 집중…국내외 기업과 협업 
 
SK텔레콤이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자하는 5조원은 AI와 자율주행차, IoT 등에 집중된다. 우선 AI 분야는 박 사장이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SK㈜ C&C사업과의 협력을 기본 골격으로 삼는다. SK㈜ C&C는 IBM과 손잡고 AI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IBM이 개발한 AI 엔진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 '에이브릴'을 내세워 고려대 융복합의료센터(감염병 진단·치료), AIA생명(건강관리서비스), SM엔터테인먼트(개인 비서) 등과 각종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에 SK㈜ C&C의 에이브릴을 적용하는 방안도 유력시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누구를 출시하며 AI 사업에 첫 발을 뗐다. 누구는 음성을 인식해 날씨를 안내하거나, 피자나 치킨 등을 주문하고, 음성으로 위키백과를 검색하는 등의 기능을 갖췄다. SK텔레콤은 스피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바이스로 AI의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각종 기기에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뇌 역할을 할 반도체 칩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스토리지도 필수다. 반도체는 같은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와, 스토리지는 판교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SK㈜ C&C와의 협업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은 자율주행차 분야로까지 이어진다. 실시간 도로·운행 정보를 받아 최적의 경로를 찾고, 안전운전을 위해 차량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반도체 칩인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와도 손을 잡을 계획이다. 박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S)를 만나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로 유명하지만, 최근 반도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기업으로 거듭나며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 IoT 전용망 '로라'를 중심으로 IoT 사업도 전개한다. SK텔레콤은 약 400개의 기업들이 모인 로라얼라이언스의 회원사로, 가스·수도 무선 검침, 맨홀 내부 상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올해부터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IoT 관련 아이디어를 갖춘 개발자나 스타트업에게 서비스 기획·하드웨어 개발·네트워크 연동 테스트 등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IoT 오픈하우스'도 운영한다. 
 
또 SK텔레콤은 상반기 중에 서울에 벤처육성센터를 설립해 통신 인프라 분야 국내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과 더불어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보안과 위치기반서비스 등 개발툴(API)의 공유 범위를 늘리고 개발자간 커뮤니티도 활성화한다. 대학과 연계해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대학생 인턴십 등 산학 협력 모델도 만들 예정이다. 이 모든 사업계획은 개방과 협력을 근간으로 한다.
 
2.6GHz 주파수 대역·5G 등에 6조원 투자
 
각종 신규 서비스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부문에는 6조원이 투자된다. 무선 분야에서는 2.6기가헤르츠(GHz) 대역의 투자를 통해 품질 고도화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경매를 통해 2.6GHz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했다. 2019년 말까지 2.6GHz에서 총 9만여 식의 기지국을 신규로 구축해 85개 시 이상을 커버한다는 계획이다. 유선에서는 기가인터넷과 UHD(초고화질) 커버리지를 넓히고, 각종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스트리밍(동시재생) 분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차세대 통신방식인 5G는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올 하반기 5G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고, 2020년에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진정한 IC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ICT 생태계가 새로운 경제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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