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됐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장관의 구속은 현직 장관으로는 첫 사례다.
김 전 실장은 근무 기간인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한 혐의다. 또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로부터 위증 혐의로 고발되자 지난 9일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지난 17일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후 18일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이 이들의 신병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 중 일부를 확보한 특검팀은 그동안 어떻게 명단이 만들어지고 관리됐는지, 실질적으로 조처가 행해졌는지 등을 수사해 왔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서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특검팀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 3명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 대해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역할과 실질적인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문화연대 등 12개 문화단체는 지난해 12월12일 김 전 실장 등 9명을 특검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김기춘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문화예술계의 검열을 주도할 목적으로 정무수석인 조윤선에게 위법·부당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며 "조윤선은 국민소통비서관인 정관주와 이 명단을 작성해 교육문화수석실로 하달하고, 모철민은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왼쪽)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동차를 타고 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