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최종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차로 확인했던 자체 조사결과와 동일했다. 다만 최종 책임이 삼성전자에게 있음을 통감하며, 배터리 납품사에게는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초사옥에서 국내외 언론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발표하는 언팩 행사장 만큼이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무선사업부(IM)의 실적은 물론 삼성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시켰고,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나올 제품의 신뢰 회복 문제도 걸려있는 만큼 전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를 첫 공개했다. 같은 달 19일 시장에 공식 출시했으며, 공개 직후 보였던 뜨거운 관심은 이내 흥행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역대 최고 흥행작"이라고 평가할 정도. 날렵한 디자인과 홍채인식에 새로워진 펜은 단숨에 노트7을 삼성의 부활을 책임질 주자로 인식시켰다.
글로벌 출시 일주일도 안돼 첫 발화 제보가 접수됐다. 발화 제보는 이어졌고, 9월2일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이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자체 조사결과, 삼성SDI 배터리를 채용한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중국 ATL 배터리를 채용한 제품들로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또 다시 발화 사건이 재현됐고, 결국 10월11일 단종 선언에 이르렀다. 충격적인 퇴장이었다.
삼성SDI에 이어 중국 ATL의 배터리를 채용한 제품 모두 발화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원인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3개월여 만에 발표된 최종 조사결과는 다름 아닌 배터리였다. 삼성전자의 자체조사 결과와 미국 안전인증 회사 UL과 엑스포넌트, 독일 인증 회사 TUV 라인란드 등 해외 전문기관들 분석 결과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모아졌다.
조사 결과 갤럭시노트7에 채용된 삼성SDI의 배터리 경우 배터리 우측 상단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 중국 ATL 배터리는 비정상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분리막 파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각각 발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배터리에서 발생한 문제가 중국 ATL 배터리에는 나타나지 않아 1차 리콜 후 ATL 배터리로 전량 채용했지만, 이전과 다른 문제로 발화하면서 삼성도 원인을 제때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욕심도 발화의 원인이 됐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을 보다 컴팩트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납품사들에게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도 얇게 만들도록 주문했고, 그 과정에서 얇은 분리막이 각각의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혁신적인 노트7을 만들기 위해 배터리 사양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배터리 설계 및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결함으로 최종 확인됐음에도 납품사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특히 세트 제조사로서 협력관계인 부품사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과 같은 플래그십 모델에는 약 1000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고, 동일한 부품을 하나로 간주하면 400개 정도 부품으로 압축이 된다"며 "약 450개의 1차 협력사와 함께 일하는데 이미 그들은 우리의 협력사고, 앞으로 같이 일해야 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어떤 부품이든 안전성이나 품질 측면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포괄적인 책임은 세트 제조사가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안전성 강화를 위해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안전 프로세스를 납품사에도 도입키로 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부품단계에서는 배터리사에서 배터리를 출고하기 전 엑스레이 검사와 랜덤 샘플링 해체 검사를 진행한다. 세트 제조사로서도 배터리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도입하고 배터리와 완제품에 대한 대량 충·방전 테스트, 사용자들의 실제 사용환경을 고려한 가속시험도 강화하는 등 '8 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키로 했다.
또 핵심 부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하는 등 부품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배터리 실장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소비자가 사용 중 제품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도 배터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고, 배터리에 대한 안전 설계 기준도 강화했다. 충전 온도와 전류, 충전 속도 등에 대해서도 보다 안전한 소프트웨어 보호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학계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꾸리고, 제품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전체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중 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관련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 사장은 "이번 결과를 업계와 더욱 적극적으로 공유해 업계 전체의 안전성 강화에 공헌하도록 하겠다"며 "결과에서 도출한 취급 표준을 표준단체에 공개해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제품을 사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갤럭시S8 출시는 예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 갤럭시S 시리즈를, 하반기 독일 IFA에서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공개하며 애플의 아이폰을 에워싼다. 하지만 이번에 도출된 결과를 실제 제품에 적용, 검증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 사장은 "8가지 배터리 안전설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포함한 다중 안전장치, 기구설계 등을 갤럭시S8에 전부 반영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MWC에서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발표 일정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