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 쇄신 작업 불구…'박근혜 지우기' 딜레마

입력 : 2017-01-24 오후 5:01:55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이 ‘친박(박근혜) 3인방’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징계와 정책 좌클릭, 당명 변경 등을 통해 당 쇄신에 한창이다. 그러나 쇄신의 핵심인 ‘제1호 당원’ 박근혜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하면서 결국 ‘친박당’의 한계를 못 벗어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성은 비상대책위원은 “당은 당명을 바꿔가면서 박 대통령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버리려고 한다”며 “박 대통령은 당을 위해, 건전한 보수의 통합을 위해 탈당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경희대 교수인 김 위원은 일반인 공모 비대위원으로 지난 16일 지도부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 오셔서 아직 정당 활동에 대해 (잘 모른다)”라며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9일 대구에서 열린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2차 권역별 당직자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당원이 똑같은 당원이라 할 수 있느냐. 대통령은 국격”이라며 “야당의 비난을 받아도 박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 윤리위 규정 제20조에는 ▲현행 법령 등을 위반해 민심 이탈 초래 ▲당의 위신 훼손 등이 징계사유로 나열돼 있다. 제22조에는 뇌물과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를 명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헌법과 현행법 위반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또 게이트 발생 이후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고, 바른정당 분당사태까지 발생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충분한 징계 대상이다.
 
야당에서도 이 점에 대한 비판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말조차 못 꺼내면서 당 쇄신과 계파 해체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암세포를 그대로 두고 암수술을 끝내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다 끝난 대통령에 빌붙지 않으면 당을 유지할 수 없는 새누리당이 딱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끝내 박 대통령의 손을 못 놓는 이유로 당내 친박계의 반발과 함께 당 지지기반의 급격한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4주 당 지지율 조사에서 바른정당은 17.3%로 13.4%의 새누리당을 크게 앞섰지만 올해 1월3주차 조사에서는 8.9%와 12.5%로 역전됐다.
 
여권 관계자는 “두 당의 차이는 결국 박 대통령 고정 지지층의 유무”라며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을 안고 가면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지지층 10%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의 박 대통령 색채가 지속되면 외부 인사 수혈이나 쇄신이 쉽지 않고 정권 재창출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쇄신을 통한 색채 빼기를 본격화하면 당 내부와 지지층이 흔들린다.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장 죽느냐, 천천히 죽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대선준비가 늦어져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공중분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른정당이 정식 창당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3지대 형성에 박차를 가하는 등 조기 대선 분위기가 올라오면서 당내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의 동요는 커지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도 설 연휴 직후 본격적인 대선 모드에 들어가고 박 대통령을 대신할 당의 새로운 얼굴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출마선언을 했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유철 전 원내대표,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이 ‘새 얼굴’인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새누리당 김성은(오른쪽) 비상대책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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