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설 연휴 이후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중심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있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반 전 총장이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반사 이익으로 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 새누리당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황 권한대행에 대한 ‘러브콜’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을 등에 업고 대선 준비에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황 권한대행을 고리로 '불임정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에 대한 국민 관심은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놓아도 된다’는 국민의 허락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선에 도전하고 싶은 당내 여러분에게 문호를 개방해 대선준비를 해나가도록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고 밝혔다. 당명 개정 등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한 준비도 끝난 상태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황 권한대행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반 전 총장에 대한 보수층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 전 총장의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기대를 걸었던 보수층을 중심으로 자칫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대를 걸었던 반 총장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에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황 권한대행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도 아직까지는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형성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24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 2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29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30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을 차례로 만났다.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이전에 ‘빅텐트’ 형성을 위한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반 전 총장은 ‘개헌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포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정당과 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 의지가 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권 교체라는 숨은 패권 추구 욕망을 더 이상 감추려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빅텐트’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손학규 의장은 물론 박지원 대표까지 반 전 총장과 빅텐트를 형성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평가를 유보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범 여권 인사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이 제안한 개헌협의체가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향후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보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질 경우,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여권도 큰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충청권 의원의 집단 탈당이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로 황 권한대행이 급부상할 경우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새누리당 잔류 의원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이 계속 이어질 경우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