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정송주 기아차 부장, 12년 연속 '판매왕' 비결은 '몰입·정직·인내'

‘사람이 재산’, 고객과의 신뢰로 17년간 총 4783대 자동차 판매
12년 연속 판매왕 기록으로 국내 기네스북 등재

입력 : 2017-02-02 오전 11:27:23
정송주 기아자동차 망우지점 부장은 지난해 403대의 자동차를 팔아 치우면서 ‘판매왕’에 올랐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2대씩 판매한 셈이다. 지난 1999년부터 자동차를 판매한 그는 어느덧 12년 연속 판매왕에 오르면서 국내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그는 1999년 입사 후 지난 17년간 총 4783대 자동차를 판매했다. 고객에 대한 신뢰와 꾸준함,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 부장은 판매왕에 오른 비결에 대해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믿고 영업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그의 자신감 있는 말투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자동차 구매고객의 지역 분포도를 보면 그의 영업 스타일을 쉽게 알 수 있다. 망우지점 인근 판매 비중은 고작 30% 수준이지만, 이외 지역의 판매 비중이 70%에 달한다.  
 
다시 말해 고객이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옮겨도 그를 통해 자동차를 재구매 한다는 것이다. 또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고객이 주변의 잠재고객을 소개해주는 신뢰에 따른 재구매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는 신념으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다. 
 
국내 판매왕을 넘어 세계 판매왕에 오르고 싶다는 정 부장을 만나 판매왕에 오른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정송주 기아차 망우지점 부장이 지난해 403대 자동차를 판매해 12년 연속 판매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사진/김영택 기자
 
- 지난해 기아차 판매왕에 오른 소감은.
징크스가 생길까 봐 판매왕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물론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평상시 감정을 다스리고 최대한 자제해 겸손 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초 11년 연속 판매왕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기왕 하는 거 1등을 해 신기록을 세우고 싶었다. 이제 목표는 세계 1위 판매왕에 오르는 것이다. 미국에서 13년 연속 판매왕이 세계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 기록을 깨는 게 올해 새로운 목표다. 
 
- 본인에 대한 소개.
지난 1994년 기아차(000270)에 입사해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다. IMF가 오면서 회사가 어려워졌고, 1999년 6월 영업부로 전직을 결정했다. 2000년 1년만에 지역 판매왕에 오르면서 영업사원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5년 기아차 전국 판매왕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근무지를 옮기지 않고 망우지점에서만 근무했다. 사실 중랑구는 큰 시장이 아니다. 거주지역에서 30% 정도 판매하고, 나머지 70%는 타지에서 하고 있다. 한번 맺은 인연 때문인지 고객이 이사를 가도, 직장을 옮겨도 계속 연락을 한다. 
 
-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입문한 계기는.
공장에서 5년가량 근무했다. 늘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고, IMF가 오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 그만둘 생각을 하고 아버지께 이야기했더니 집문서를 건네 주었다. 할 수 있는 걸 해보라는 짧은 한마디를 내게 던지셨다. 나이든 부모님이 평생 아껴가며 모은 전 재산을 받아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혹여 사업에 실패할 경우 나야 젊으니 상관없지만, 부모님이 걱정됐다. 나는 공장보다는 세상을 접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영업으로 전직을 결심했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믿고 영업의 길에 뛰어든 셈이다. 자동차를 매개로 영업을 하면서 사람을 사귀다 보니 나에게 너무 큰 재산이 됐다. 중간에 그만둘 생각도 했었는데, 이 자리까지 왔다. 
 
- 판매왕의 일과는.
신입사원 때는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했다. 이 시기 아침 7시쯤 출근해 전단지를 돌리면 몸에서 땀냄새가 나 고객에게 오히려 불쾌감을 준다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청결과 상쾌함을 주려고 아침시간보다 저녁시간을 활용해 영업활동에 매진했다. 자정을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지금은 7시30분쯤 출근해 8시쯤 퇴근한다. 다른 직원들과 근무시간이 비슷하다. 자기발전이 없고, 사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집중도를 높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가령 하루 2건을 계약하고, 서류를 받고, 2건을 출하해야 할 경우 일정을 잘 조율해 한꺼번에 업무를 처리한다. 정말 한눈을 팔 시간이 없어 퇴근쯤이면 파김치가 될 정도다. 
 
- 판매왕에 오른 노하우는. 
첫번째 집중력을 가지고 꾸준히 업무에 임한다는 거다. 꾸준하다는 건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는 얘기고, 집중력은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는 얘기다. 가령 10시와 12시 손님 응대 약속이 있을 경우 중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동차 세법, 신차 스펙, 경쟁 모델 장단점 등을 스터디한다. 
두번째는 정직하게 고객을 대해야 한다. 흔히 자동차 교체주기는 3, 5, 10년이다. 처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발품을 팔지만, 다음부터는 과거 경험 때문에 영업사원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정직하게 자동차를 영업한다면 신뢰가 쌓이고, 이는 다시 재구매로 이어진다. 
세번째는 지속 가능한 인내심이다. 다짐한 계획은 꼭 실천해야 나태함에 빠지지 않는다. 가끔 영업하는 분들에게 연락을 자주 받는다. 기사 내용을 보고 나와 비슷하게 일을 하는데, 결과는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해답은 간단했다. 꾸준함의 차이다. 땀이 정직한 것처럼 자동차 판매도 정직하다. 
 
- 판매왕에 오르면 어떤 혜택이 있나.
기아차 ‘판매왕’이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지만, 많이 파는 만큼 세금도 많이 내고, 지출 비용이 크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만큼 큰 액수는 아니다. 수입차나 캐피탈처럼 편차가 심하지도 않다. 판매왕에 오르면 1등은 ‘K7’, 2등 ‘K5’, 3등 ‘K3’를 부상으로 받는다. 
 
- 바쁜 업무로 가족이 서운할 것 같은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내가 손님 차를 운전해 탁송하고, 집사람과 아이들이 내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와서 나를 픽업했다. 손님께 차를 전달하고 시간을 내서 주변을 여행했다. 일과 가정을 병행했다. 
지금도 하루 이틀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며,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많이 미안하다. 아이들이 크면서 아빠가 판매왕이라는 걸 알게 됐고, 학부형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들을 나눈다고 들었다. 아이들 역시 나와 닮아 남들에게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지만, 뿌듯해 한다. 내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닌지 싶다. 
 
- 가장 힘들었을 때는.
가장 힘들었을 때는 친인척이 나를 영업사원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래서 난 지인이나 친인척에게 연고판매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객이 나를 영업사원으로 보는 건 맞다. 당연한 거다. 지인이나 친인척이 똑같이 나를 바라봤을 때 인간적 상실감에 빠져 힘들었다. 지인ㆍ연고는 영업사원과 고객과 만난 게 아니므로 그 관계 정립이 어렵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고객은.
특별한 고객이나 기억에 남는 고객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떤 고객이든 최대한 동등하고 똑같이 대하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고객에 대해 차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고객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사회 초년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정보를 주변에서 많이 얻게 된다. 근데, 일반적인 정보는 나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잡아줄 수 있지만, 모두가 그 방향을 보고 가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다.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많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 방법을 찾고, 목표를 이뤄보고자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처럼 저성장 저취업 구조 속에서 국가가 나의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내가 하고 있는 건 이 세상 살아가는데, 수 만 가지 중에 하나 일뿐이다. 지금은 학력수준이 높기 때문에 전공도 무너져 큰 의미가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 향후 꿈이 있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만둬야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연관된 사업이나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기회가 되면 자동차 관련해서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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