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화이자 의존도 심화

3개 의약품 또 도입…'갑을관계' 경영침해 우려

입력 : 2017-02-02 오후 3:30:03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화이자 제약 판매 대행에 의지하고 있던 제일약품(002620)이 추가 유통 대행 품목에 화이자 제품을 올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최근 화이자로부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카두라엑스엘(65억원)', 요실금치료제 '디트루시톨(30억원)'을 도입했다. 두 제품은 화이자가 단독 판매하고 있었지만 제일약품이 영업지원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120억원)'도 공동판매 제휴를 체결했다. 비아그라는 2014년부터 안국약품이 판매해왔다. 비아그라의 매출 감소로 인해 재계약을 포기하자 제일약품으로 영업권이 넘어갔다. 
 
제일약품은 1990년대 이후부터 화이자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화이자와 협력은 성석제 대표이사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성석제 대표는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부터 제일약품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제일약품은 성석제 대표 체제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화이자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일약품이 판매하고 있는 화이자 제품은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1580억원)', 당뇨병성신병병증치료제 '리리카(560억원)',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380억원)', 류머티스 관절염치료제 '엔브렐(310억원)',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카듀엣(245억원)' 등이다. 
 
카두라엑스엘과 디트루시톨을 포함해 제일약품이 팔고 있는 9개 화이자 제품의 판매액 규모는 총 3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제일약품의 지난해 매출액 5947억원에서 50% 정도가 화이자 제품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의 주력품목들은 모두 제일약품이 팔고 있다. 제일약품이 화이자의 전납 도매업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이유다. 
 
매출의 20%는 제2파트너인 다케다 제품을 판매한 실적으로 전해진다.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외산약 판매 등 도입약) 비중은 68%에 달한다. 자체 제품 비중은 32% 정도에 불과하다. 
 
제약사 순위 6위이지만 대부분 '남의 제품' 판매에 올린 실적이라는 것이다. 단순 유통에 불과한 상품 판매에 매달리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31억원, 순이익은 97억원을 기록했다. 
 
제일약품은 오는 6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회사 제일약품(가칭)과 존속회사 제일파마홀딩스(가칭)로 분할하는 내용의 기업분할을 지난 1월 공표했다. 일반의약품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영업대행 전문회사인 제일앤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지주사 전환과 신설회사 설립은 오너 3세 경영권 승계와 각 회사의 독립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업계에선 제일약품이 화이자 입김에서 벗어나 경영 일관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화이자는 2014년에 제일약품에 자사 제품 마케팅에 소홀하다며 경고를 준 바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화이자 제품 등 외산약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판권회수를 볼모로 사실상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이 화이자 제품 등 도입으로 외형을 손쉽게 키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판권회수 시에는 단숨에 매출의 반이 날아가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경영하면서 화이자와의 관계를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영업대행으로 체질이 악화되고, 화이자 의존도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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