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다 폐업하는 자리에, 생계를 꾸리기 위해 개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영업 생태계의 악순환이다. 경기침체가 길어지자 자영업자들의 빚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앞. 학교 정문부터 시작해 100미터 안에는 음식점, 안경점, 편의점 등이 줄지어 있다.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임에도 최근 5년 내 폐업 후 개업한 가게가 10여곳에 달한다. 8년간 이곳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년에 두세 곳은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며 "기존 상점들이 폐업하고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해서 개업하는 추세이고, 대부분 음식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음식업종을 중심으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소멸기업은 77만7000개로, 전년 대비 11만개가 늘었다. 도·소매, 숙박·음식, 부동산·임대 등의 업종이 전체 폐업의 70%를 차지한다.
문제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소매점, 음식점 자리에 또 다시 같은 업종이 들어서며 폐업과 개업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는 "폐업을 하더라도 비어있는 가게는 보기 힘들다. 바로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고 있고, 대부분은 음식업종"이라고 말했다. 2015년말 기준 신생기업 가운데 65%는 도·소매, 숙박·음식, 부동산·임대 등이 차지해, 폐업 비중이 높은 업종과 맞물린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생존율도 비교적 짧다. 개업 후 1년이 지날 때마다 10%포인트씩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개업 후 1년 59.2%이던 숙박·음식점업 생존율은 2년 40.2%, 3년 30.3%로 낮아지며, 5년 생존율은 17.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이유는 숙박·음식업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인 데다, 그로 인한 과잉 경쟁으로 퇴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창업에 뛰어들어 오히려 빚만 떠안은 자영업자도 매년 늘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에게 나간 은행권 대출(개인사업자 대출)이 22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61조142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4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한국사회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근본적으로 소상공인들이 창업단계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무분별한 창업은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