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KT(030200)의 인공지능(AI) 셋톱박스 ‘기가지니’가 세계 최초 타이틀 논란에 휩싸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 기가지니의 광고심의 보류를 신청했다. '세계 최초'라는 광고 문구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를 증빙할 서류를 제출해 문제를 불식시킨 후 광고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달 17일 기가지니를 공개하며 ‘세계 최초 AI TV’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기가지니는 AI 스피커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다. 인터넷(IP)TV와 연결해 음성명령만으로 채널을 변경하거나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실행할 수 있다. KT는 제품 공개 이후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라고 알렸다. 3월에는 같은 내용으로 방송광고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쟁사
SK텔레콤(017670)이 세계 최초가 아니라며 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애플과 아마존이 지난 2015년 음성비서 서비스를 IPTV에 탑재했고, 지난해 출시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도 IPTV에 연동이 된다는 지적이다. 누구도 SK브로드밴드의 IPTV인 Btv의 초고화질(UHD) 재생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와 연결하면 음성으로 콘텐츠 검색·채널 변경·볼륨 제어 등이 가능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애플과 아마존 등의 사례가 있는데 세계 최초라고 알리는 것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기가지니는 셋톱박스 자체가 AI 기능을 갖춰 AI TV라고 할 수 있다"며 "TV와 연결돼 시각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로 거칠게 붙었던 양사가 연초부터 또 다시 신경전에 돌입했다"며 "AI 주도권을 놓고 이통사 간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KT 모델들이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KT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