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로 착각하기 쉬운 대장암

혈변 원인 찾아야…대장내시경 검사 권고

입력 : 2017-02-1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김모(59)씨는 2년 전부터 대변을 보고 나면 간간이 출혈이 있었지만 단순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 출혈이 잦아지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혈변을 보게 되면 단순 치핵으로만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핵 외에도 대장암, 게실염,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 등이 혈변을 일으킬 수 있어 출혈의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대장암 환자는 14만4000여명이었다. 전체 환자에서 50대 이상이 90%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혈변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68%)에서 치핵이 발견됐다. 10명 중 1명(10%)은 대장암이나 진행성 대장용종 때문에 혈변이 나타났다.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 사이에 생기는 종얄을 말한다. 대부분 대장점막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대장선종(용종)이 먼저 발생하고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드물게 정상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장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병세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장암의 증상은 종양의 생긴 위치, 종양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복부 불편감, 설사, 변비, 변 횟수 증가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혈변도 나타나는데, 치핵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잖다.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으나 추가적인 검사 없이 치핵 때문으로 오인하는 것이 문제다. 모든 치핵 환자가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치핵에 대한 치료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50세 이상,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경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30대가 혈변을 본다면 단순 항문질환인 치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인 경우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및 평소와 다른 배변습관 변화,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평소에는 없었는데 발생했다면 반드시 대장암 확인을 위해 전문의와 상담 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이 진단된 경우 대장점막에 국한된 조기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다. 그 외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대장암의 경우는 대장절제 수술을 실시하게 된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 범위를 결정해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대장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만 개복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방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이른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통한 대장수술은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50세 이후부터는 5~10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대장암 등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의료진과 상의해 검사간격을 결정해야 한다.
 
평소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칼로리가 높은 붉은 고기, 고단백질, 고지방을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도가 증가한다. 비만과 허리 둘레 증가도 대장암을 발생 위험을 높인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도 대장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범규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 여부를 확인하고, 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대장암에 대한 정기 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치핵이나 혈변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질 외에도 대장암 등으로 인해 혈변이 나타날 수 있어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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