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짐승? 아무리 다급해도 금도는 있다

입력 : 2017-02-14 오후 2:13:57
 
조기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일부 대선주자들의 말이 험악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호남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짐승'이라고 빗대며 격하게 비판한 것이 그렇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광주 서구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양보 뿐만 아니라 도와줬는데도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 때문에) 졌다고 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월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자신을 언급한 내용을 2012년 18대 대선 패배 책임이 안 전 대표에게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18대 대선 당시 투표를 하고 돌연 미국으로 떠나면서 문 전 대표를 흔쾌히 지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 축하하고 낙선했다면 진심으로 위로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다른 일을 보는 것이 무엇이 급하다고 그렇게 도망치듯 비행기를 탔던 것인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엄연한 현실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후보 사퇴 이후 캠프 해단식에서도 네거티브전으로 가는 선거판 전체를 비판했으며, 이후 문 전 대표와 다시 만나 새정치에 대한 약속을 받고서야 비로소 선거운동을 돕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서 "대선 때 안 전 대표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것도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다. 문 전 대표는 대담집에서 ‘그때(지난 대선) 만약 안 전 대표가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함께 선거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질문에 “그런 식의 아쉬움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알 수는 없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가 스스로의 아쉬움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안 전 대표가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함께 선거운동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표현한 사람들의 생각을 소개한 것이다. 또 "알수는 없다"라는 발언으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물론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전 대표 측의 독선이나 독단, 예우 같은 문제로 안 전 대표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는 점은 미루어 짐작이 가고, 일면 이해도 된다. 그래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문 전 대표를 일컬어 '짐승만도 못하다'고 한 건 나가도 너무 나간 막말이다. 아무리 다급해도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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