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유력 대선주자에서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요즘 이재명 성남시장이 어느 자리에 가든 받는 질문이다. 탄핵정국을 통해 지지율이 10%대 후반까지 치솟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그는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8%까지 떨어졌다. 이와 맞물려 그를 '신드롬'이라고까지 치켜세우던 언론도 관심이 뜸해졌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여전히 경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전 대표가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자 "당당히 토론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인 대선후보 간 검증과 토론을 주문했다. 이 시장은 이미 수차례 "토론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시장의 이런 자신감은 역설적으로 '마이 웨이'식인 그의 정책공약을 바탕으로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복지공약 등이 재평가를 받으면서 당내 후보들은 물론 다른 당 후보들의 공약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대선 레이스에서 이슈 선점으로 연결돼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 사그라든 지지도도 끌어올려 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시장의 정책공약 중 타 후보들에게 가장 많이 반영되고 있는 것은 '기본소득'이다. 이는 이 시장이 이미 성남시정에서 청년배당 등을 통해 구현했다. 이 시장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먼저, 가장 구체적인 기본소득안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연 28조원을 마련한 후 2800만명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기본소득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발행해 자연스레 지역경제도 살리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도 "기초연금 대상을 확대해 기본소득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취지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이 이슈선점에 성공한 다른 정책공약은 재벌개혁이다. 그는 아예 "재벌개혁으로도 부족하다. 재벌체제 해체여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이 제시한 부정재산몰수법(한국형 리코법), 집단 소송제 도입, 법인세 감면요소 제거를 통한 실효세율 인상, 일감몰아주기와 내부거래 규제 등에 대해 타 후보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 4대 과제'를 제시하며 다중대표 소송제를 도입할 뜻을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순환출자 해소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에 동의했으며, 안철수·유승민 의원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정책으로 뒤따라 내놨다.
성과연봉제 폐지와 장시간 노동·초과근로 법적 금지를 핵심으로 한 그의 노동정책 역시 타 후보들이 '법정 노동시간 준수'. '노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반영하고 있다.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 전투 전문요원 10만명을 양성하고 현역 의무 복무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 역시 '군퓰리즘'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모든 후보들이 서로 공약을 베끼느라 선거 막바지에 가면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진다"면서 "그러나 이 시장은 성남시정의 결과로 96%의 공약이행률을 달성했고, 후보 간 토론회를 통해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다른 후보와 차별화가 되고 경선 결과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울 중구 전국은행회관에서 열린 '전국 금융산업 노동조합 대의원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