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법원이 16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이날 특검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상대로 낸 청와대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날 각하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도 낸 상태지만, 아직 기일도 정해지지 않아 오는 28일인 수사 기간 만료일까지 소송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검 측 대리인은 지난 15일 열린 효력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차명폰으로 최순실과 수백 차례 통화했고,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뒤에도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모두 객관적 자료로 확인됐다"며 "핵심 증거인 차명폰이 청와대에 보관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영장을 반드시 집행할 필요가 있는데도 거부되면 중차대한 공익적 요구가 실행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너진 국가 기강을 세우는 것은 요원하게 된다. 국민적 피해가 크다"며 "자료가 청와대에 있다. 압수수색이 안 되면 국정농단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 대리인은 "특검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수사 기한인 2월28일까지 급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통령 대면조사 등 다른 방법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한 비서실장과 박홍렬 경호실장은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내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특검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압수수색 당일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만을 낸 것 외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자 10일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신청했다.
특검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허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효력정지)과 관련한 심문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정의의 여신을 형상화한 대법원 이미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