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김광연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차명폰으로 약 6개월 동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총 570여회 통화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그해 9월3일부터 10월30일 귀국하기 전까지 127회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긴밀한 연락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어떤 식으로 통화했는지 다각도로 조사했다"며 "최근 두 사람이 통화한 것으로 보이는 차명폰 2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차명폰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개설해 두 사람에게 하나씩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통화 사실에 대해 특검팀은 차명폰 실물이나 녹취 형태의 자료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번호로 통화 내용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해당 차명폰으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통화한 부분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의 단서로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 부회장과 관련한 증거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사장에 대해 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3주 동안 추가 조사에서 자신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것이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기준을 고려하더라도 재청구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심리로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 심문기일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통화 내용을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의 근거로서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 측 대리인 김대현 변호사는 이날 "핵심 증거인 차명폰이 청와대에 보관돼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거나 진행 중인 가운데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현재 특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지난번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대면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 차례 무산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김광연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