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법원이 16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이날 특검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상대로 낸 청와대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신청인이 이 사건 불승인으로 인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가 설정한 압수수색의 절차 등의 요건에 따른 것"이라며 "그 권한 행사에 직접적인 제한이나 제재 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소명만으로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 각 제1항에 따른 불승인은 능동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검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소극적으로 군사상 또는 공무상의 비밀보호를 위해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히는 데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에 준하는 행정작용인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불승인은 효력정지 결정이 있더라도 불승인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 즉 불승인이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불과해 책임자나 소속공무소 등의 승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신청인은 여전히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의 요건을 갖춰 이 사건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날 각하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효력정지 신청과 별도로 취소 소송도 낸 상태지만, 아직 기일도 정해지지 않아 오는 28일인 수사 기간 만료일까지 소송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검 측 대리인은 지난 15일 열린 효력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차명폰으로 최순실과 수백 차례 통화했고,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뒤에도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모두 객관적 자료로 확인됐다"며 "핵심 증거인 차명폰이 청와대에 보관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영장을 반드시 집행할 필요가 있는데도 거부되면 중차대한 공익적 요구가 실행되지 않고, 무너진 국가 기강을 세우거나 법치주의를 바로잡는 것은 요원하게 된다. 국민적 피해가 크다"며 "자료가 청와대에 있다. 압수수색이 안 되면 국정농단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 대리인은 "특검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수사 기한인 2월28일까지 급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통령 대면조사 등 다른 방법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의 전형"이라며 "압수수색 불승인이 명백히 위법이라는 특검팀 측 주장은 근거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한 비서실장과 박홍렬 경호실장은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내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특검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압수수색 당일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만을 낸 것 외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자 10일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고, 이 소송의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신청했다.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와 관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