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지난 16일 4대륙 ISU 피겨스케이팅 대회가 한창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경기장 밖 로비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경기 영상을 보기 위한 줄이다. 배치된 VR기기를 착용하면 경기장 내 선수들이 펼치는 연기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선수들의 대기존과 연기를 마친 후 코치와 함께 결과를 기다리는 키스앤크라이존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VR 기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스마트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실시간 중계를 즐길 수 있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에서 관람객이 VR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미래부
중계는 5세대(5G) 통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평창올림픽 무선통신 공식파트너
KT(030200)는 올림픽을 5G 구현의 장으로 삼는다. 5G 시범망은 올림픽 경기장과 프레스센터, 인천공항 등에 구축된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IFS 크로스컨트리와 4대륙 ISU 피겨스케이팅 대회, IBSF 봅슬레이 월드컵 등을 통해 5G 시범서비스를 점검한 후 개선과정을 거쳐 올림픽에서 최종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날 경기장 안팎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찾는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포켓몬고'를 하는 게 아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길안내 서비스를 이용 중인 관람객들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이는 AR 길안내 서비스는 경기장 밖에서부터 내부의 자리까지 이어진다. 자동차에서 이용하던 내비게이션을 걸으면서 보는 느낌이다. 화살표로 진행방향을 표시해주며 "다음 안내까지 직진입니다",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계단으로 진입합니다" 등의 안내 메시지도 나온다. 서비스 개발사 관계자는 "인천공항부터 경기장까지 경로 안내가 이어진다"며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비콘을 기반으로 관람객의 위치를 파악해 자리까지 안내한다"고 말했다. 비콘은 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다.
AR 길안내 서비스로 경기장의 자리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시연한 장면. 사진/미래부
비콘을 활용한 사진 공유 서비스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에 부착된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면 QR코드를 통해 해당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 이때 스마트폰 단말기 정보(개인정보 제외)가 서버로 전송된다. 사진 공유에 동의하면 해당 사진이 약 30m 떨어진 곳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지날 때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비콘이 해당 스마트폰을 인식해 사진을 대형 디스플레이에 전시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 아이스 아레나에서 참여형 관람 안내 사이니지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라며 "향후 평창·정선·선수촌 등에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사이니지에 관람객들의 모습이 나타난 모습. 사진/미래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혼잡도 관리 시스템도 도입됐다. CCTV의 영상분석술을 활용해 여러 곳의 매표소와 입구 중 특정 지역이 붐비거나 출입제한구역에 사람이 들어가면 관리자의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낸다. 관리자는 이를 확인 후 무전으로 현장요원에게 연락해 관람객을 분산시키거나 출입제한구역의 사람을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밖에 평창올림픽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통·번역 서비스인 지니톡과 5G 기반의 개인소셜방송·드론·버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선수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도 등장한다. 각종 첨단 ICT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경기망·업무망·무선망 등 올림픽 전용망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치만 3289대에 달한다. 네트워크 지하 관로는 총 750km이며, 데이터센터도 KT 2개, 네덜란드 아투스 2개 등 총 4개가 동원된다. 와이파이 공유기와 PC, 모바일 기기 등 약 4만대의 ICT 기기들도 투입된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은 5G·IoT·UHD·AI·VR 등 5개 서비스를 선보이는 ICT 경연장이 될 것"이라며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여는 일본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서도 수십명이 평창을 찾아 ICT 서비스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2018년 2월9일부터 17일간 평창·강릉·정선·보광 등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100여개 국가에서 선발된 국가대표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평창으로 향한다. 평창을 찾는 관람객만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전세계 38억명이 TV를 통해 평창으로 눈과 귀를 집중한다.
강원=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