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국민연금공단의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구속 수감 중인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할 계획이지만, 그간의 업무공백을 고려하면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시절이던 2015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특검에 소환되고 지난달 16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까지 문 이사장은 공가와 연가를 연달아 사용했으나 이달부터는 결근 중이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달 3일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이원희 기획이사가 문 이사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문 이사장의 특검 소환 이후 공단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신세다.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전주 이전(25~28일)을 앞두고 20명 안팎의 운용역이 퇴사했거나 퇴사할 예정이다. 6개월 내에 계약이 만료되는 운용역도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내부 감사에서는 실장급 간부 등 3명의 운용역이 퇴직을 앞두고 기금운용 관련 기밀정보를 대거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후 연금 집행, 연기금 운용 등 통상업무에는 차질이 없지만 인사 등 기관장의 고유권한과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직무대행이라고 해도 문 이사장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 모든 직무와 권한을 대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그동안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공단 노동조합, 정치권의 해임건의 요구에도 복지부는 내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자진사퇴 권유라는 가장 소극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복지부도 사실 문 이사장을 그만두게 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진사퇴라도 설득해 상황을 정리하라고 했던 것인데 그조차도 안 하고 버텼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 이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면 복지부는 연금정책국장이 이사로 참여하는 공단 이사회에서 해임건의안 의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건의를 받아 문 이사장을 해임한다고 해도 후임 이사장 인선을 곧바로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황 대행은 지난해 12월 한국마사회에 대한 인사권 행사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압박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