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헌재·특검' 테러 공개 예고…극에 달한 사회 혼란

이정미·박영수·문재인 등 정관계 주요인사 '타깃' 공표
전문가들 "법치부정 심리 표출…집단테러 가능성" 경고

입력 : 2017-02-25 오후 4:40:5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종료가 임박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테러 예고가 공공연히 나오는 등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경찰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최근 박영수 특검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소장 권한대행),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살인 협박 등을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을 공표하면서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경찰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지지 모임인 박사모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이 재판관에게 살해 협박을 가한 최모(25)씨를 조사 중이다. 최씨는 '구국의 결단22' ID를 이용해 인터넷 다음카페 ‘국민저항본부(탄기국/박사모)’ 자유게시판에 이 재판관을 판결 전 살해해 탄핵기각을 도모하자는 취지의 협박글을 작성했다. 최씨는 자신의 글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이날 오전 2시쯤 자수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협박글을 게시한 경위와 동기, 범행 준비 여부, 공범 관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한 박사모 회원이 박 특검의 자택으로 추정되는 주택 사진을 카페 게시판을 올리고 “박영수 특검을 잡으러 간다”며 직접적인 위해를 예고했다. 이에 특검팀은 당일 경찰에 박 특검은 물론, 특검보 4명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며, 경찰이 현재 지근거리에서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도 테러위헙을 받고 있다. 경찰은 대규모 촛불집회와 이에 맞서는 탄핵반대집회가 열리는 이날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뒤 문 전 대표를 테러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문 전 대표에 대한 신변 보호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기들의 신념과 이념이 다르면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들이 극에 달한 사회 분위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출 된 것”이라며 “윤리와 도덕으로 풀어야 하는 사회문제가 해결 안 되면 결국 법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 법 자체를 부정하려는 새로운 현상으로 상당히 걱정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경찰행정 전문가는 “군중심리와 영웅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며 “현실에 대한 판단 능력이 미숙하고 쉽게 동요될 수 있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하는 집단적인 테러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엄중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우발적인 감정을 인터넷 게시판에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 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건 등을 많이 다뤄 온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특정인을 지목하고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겠다는 글을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협박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살인 협박 게시글은 직접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라도 형법상 살인을 예비하거나 음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형법은 살인 음모·예비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 명동예술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민·경·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관객과 함께하는 대테러 재난대응훈련'에서 112타격대가 테러범을 검거해 연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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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