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애매한 행보를 해 구설에 올랐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야권이 특검연장 거부를 계기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어왔던 야당이 특검연장 거부를 사실상 황 권한대행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집중포화를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바른정당을 제외한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27일 황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과 관련해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공동 추진키로 결정했다. 야3당 의석을 합치면 166석이다. 탄핵 의결정족수 150석은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야권이 이처럼 황 대행에 대해 강공에 나선 것은 우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자칫 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특검 무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불똥이 튀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연장 불허 결정으로 대선전 참여 가능성을 더욱 높인 황 대행에 대한 선제적 공격 성격도 있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온정적인 태도를보이고 있는 보수층 일부는 특검연장 불허를 계기로 더욱 황 대행쪽으로 집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야권은 황 대안의 결정을 '반역사적인 부역행위'로 규정하고 과거의 각종 논란들을 끄집어 공격에 나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문자로 경질 통보를 받은 총리가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더니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다가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황 대행은 그동안 각종 행사 등에서 대통령 행세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 행동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다. 그는 사실 ‘최순실 게이트’ 직후 박근혜 정부의 인사 교체 대상자였다. 청와대가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후임 총리로 지명하면서 지명 발표 당일 당시 황 총리에게 문자로 경질을 통보했다. 이후 후임 총리 지명이 무산되면서 황 권한대행은 극적으로 회생한 뒤 20여일 만에 공석인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 송수근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하는 등 첫 인사권을 단행했다.
‘과잉 의전’ 논란도 잦았다. 지난달 3일 구로동 디지털 산업단지를 방문하면서 구로역 사거리 일대 교통이 7분 넘게 통제해 논란이 됐는데, 앞서 총리 시절에도 관용차를 타고 KTX 서울역 플랫폼과 오송역 버스정류장까지 들어가 과잉 의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황 대행은 또 지난달 2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수료식에 참석했는데 여기에서도 ‘과잉 의전’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경호와 의전 문제로 평상시 동계일 경우 실내에서 치르던 수료식을 야외에서 진행해 장병과 가족들은 영하 13.5도의 맹추위를 견디며 수료식을 해야 했다.
최근에는 황 대행이 중소상공인 및 일반 국민 100여명과 함께 규제개혁 국민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는 100분간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전파 낭비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황 대행 측이 방송사에 직접 중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대행이 된 직후 자신의 집무실 책상 명패를 ‘국무총리 황교안’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으로 바꾸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최근 ‘권한대행 기념 시계’까지 따로 제작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야당이 황 권한대행에 대해 강력 대응을 결정한 이상 향후 정치판은 야당과 황 권한대행의 강대 강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권한대행이 대부분의 국민적 열망을 뒤로하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것은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핸 의도로 풀이된다. 황 권한대행이 일단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이상 야당과의 일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특검연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