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국정농단 진짜 고리는 정경유착"

"'최순실 사건'으로 축소 해석하는 시각 아쉬워"
"롯데·SK·CJ 수사 못 끝낸 것 국민들께 죄송하다"

입력 : 2017-03-03 오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크게 두 고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고 또 하나는 정경유착입니다. 우리 특검팀은 최순실은 물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나라를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90일간 쉼 없이 달려온 백전노장 박영수 특별검사는 그동안의 소회를 이렇게 정리해 했다. 박 특검은 3일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정경유착 문제를 매우 심각한 사회병폐로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최순실의 위세에 눌려 삼성이나 기업들이 자금을 준 것으로 축소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박 특검은 정경유착의 병폐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법률가 중에 최고 권위자다. 그는 서울지검 2차장 검사로 재직할 때 SK비리사건을 수사했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때에는 현대차 비리를 파헤쳤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구속한 사람도 바로 박 특검이다. 이번에 삼성그룹 뇌물사건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으니 우리나라 5위권 내 대기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한번씩 정화된 셈이다. 특검팀 최고의 칼잡이로 꼽히는 한동훈 부장검사도 평검사 때부터 박 특검을 따라 재벌기업들을 수사했다. 박 특검은 “한 부장검사는 나와 인연이 참 많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삼성 이외에 롯데나 SK, CJ 등 국정농단에 연루된 다른 재벌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두고 “우리가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국민들께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재벌기업 수사에 대해 “특검팀도 전 기업을 다 수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대표적인 기업들을 엄정 수사해서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형사사법권으로써 대한민국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오만”이라며 “계기를 만들고 국민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특검이 3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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