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CEO 중도하차…SGI는 관피아 재취업 창구?

임기 1년 남짓 채우고 줄줄이 떠나…"차기 사장도 관료 출신 낙하산 가능성"

입력 : 2017-03-0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최고경영자(CEO)가 금융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SGI서울보증보험이 또 다시 CEO 경영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반민반관' 성격으로 운영되는 SGI서울보증의 사장자리가 '관피아(관료 출신 마피아)'의 재취업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최종구 사장이 차기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되면서 CEO 경영 공백 사태를 맡게 됐다. 지난해 1월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취임한 최 사장은 임기가 앞으로 2년이나 남은 상황이다. 이달 6일에는 최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하기 때문에 SGI서울보증은 서둘러 후임자 인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차기 사장 인선은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은 갑작스러운 수장의 이동 소식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사장 인선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외부 공모로 진행되는데, 서류 및 면접 심사와 주주총회 승인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번 달은 넘겨야 차기 사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CEO 경영 공백 상황은 최종구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에도 벌어진 바 있다. 전임자인 김옥찬 사장 역시 임기 1년을 겨우 지내고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임자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김옥찬 사장은 이임식을 하고서도 SGI서울보증 사장 등기이사를 유지하면서 KB금융(105560) 사장 업무를 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KB금융 사장에 김 사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김 사장의 후임으로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왔는데, KB금융이 경영진 내분사태 이후 갑자기 사장직을 부활시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이 관피아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SGI서울보증 내부에서는 잠시 거쳐가는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자 경영 공백에 따른 부실관리를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신임 사장들이 임기 절반을 채 지내지도 않고 조직이 망가지든 말든 한자리 찾아서 줄줄이 떠나고 있다"며 "이들이 취임할 때마다 내세운 SGI서울보증의 민영화 플랜도 허울뿐인 구호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은 지난 1998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한 회사로 금융공기업은 아니지만, IMF 외환위기 직후 20조원에 달한 부실채권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자 공적자금 11조원이 투입된 바 있다.
 
국민의 혈세로 회생시켰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와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CEO가 1년 단위로 바뀌면서 제대로된 경영이 이뤄지지 않아 민영화나 공적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회수한 공적자금은 3조원 규모에 그친다.
 
특히 SGI서울보증은 지난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출시한 '사잇돌' 중금리대출과 관련해 보증서를 끊어주고 있는데 사잇돌 대출이 부실해지면 SGI서울보증은 은행에 원금을 100% 대납해줘야 한다. 사잇돌 대출이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채권이 되면 은행 손실이 아닌 SGI서울보증의 부담으로 남는다.
 
더구나 지난해 총 1조원의 사잇돌대출 보증을 섰는데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 올해도 1조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실률 관리에 실패하면 연체의 부담을 SGI서울보증이 모두 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차기 사장 인선 역시 경영 공백 우려를 이유로 졸속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관가에서는 인사 적체로 고심중인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관료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선고 임박, 조기 대통령 선거 등 정국 혼란이 맞물리면서 정권 막바지 한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관료 출신들이 몸이 달았다"며 "국민들에게 덜 알려져 있거나 낙하산으로 가도 상대적으로 뒷말이 적은 SGI서울보증 같은 자리를 탐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됐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