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메리츠자산운용이 '전에 없던 펀드'를 표방하며 국내 펀드시장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민다. 전 세계 스몰캡에 투자하는 폐쇄형펀드를 모두 재료로 한다는 '글로벌디스카운트에셋펀드'다. 저평가는 거꾸로 매수 기회라는 점에 착안한 이 상품은 글로벌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회로 본다. 연내 사모형태로 먼저 설정해 존 리 대표 체제 4년차 승부수로 삼겠다는 의도다. 지난 3년 메리츠자산운용에서의 존 리 대표 행보가 시장 이목을 끌기 충분했던 만큼 이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20% 가량 디스카운트된 스몰캡 회사에 투자하는 폐쇄형펀드 수천개 중에 잘만 고르면 투자위험은 낮추면서도 투자다양성 확보가 가능한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구조의 펀드는 국내엔 없지만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춘 선진국 상품시장에서는 이미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글로벌디스카운트에셋펀드는 이르면 상반기 중 출시된다. 회사는 현재 위탁 운용사 선정에 착수했으며 글로벌 유수의 자산운용사가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기업 투자는 곧 사람 투자"…동업자 정신 강조
"매해 수익을 추가로 꾀하는 일은 운용업계 존재의 이유다. 노인 빈곤층이 높은 이 나라에선 내 어깨가 더 무겁다. 하지만 투자엔 정답이 없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 답은 하나, 자본시장에서 자본가가 되는 거다."
변한 것이 없었다. 존 리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 사령탑이 된지 꼭 1년이 되던 2015년 강조했던 짧고 강력한 워딩 그대로다. 조금 달라졌다면 역할에 있어 그 무게가 더해졌다는 정도다. 그 까닭은 존 리 대표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메리츠자산운용 존재감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14년 당시 수익률 꼴등이던 메리츠자산운용은 존 리 대표 영입 이듬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대표 펀드인 메리츠코리아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면서다. 국내 운용업계에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과거 '월가 출신', '30년 코리아펀드 수익률 신화' 등 그의 이름에 붙던 수식어들도 재조명됐다. 그럴수록 그가 짊어진 책임감은 커졌다. 그는 "그렇더라도 내 철학엔 변함이 없다. 주식이 아니면 노후준비가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국에 온 만큼 앞으로도 주식투자 전도사로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표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졌고 그의 투자철학도 의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일희일비했다간 난리 통에 눈 앞에 먹을 것까지 모두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14.04%)은 여전히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년으로 바꿔보면 17.95% 손실이 났다. 존 리 대표는 "지난해 국내 스몰캡 주식들이 거의 폭탄 맞듯 빠졌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던 만큼 올해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고 이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펀드는 최근 3개월(5.94%), 1개월(1.65%) 수익을 내기 시작하며 회복 기운을 얻어가고 있다. 그는 "단기 성과를 언급하는 건 도박하라는 것과 같다. 대신 우리가 담은 종목에 대한 믿음을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데 집중한다. 기업 투자는 곧 사람 투자라는 철학을 갖고 회사의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살핀다. 장기투자 전략을 내건 메리츠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은 15~20%로 업계 최저다. 100%를 훨씬 웃도는 타 운용사 펀드매매회전율과 비교하면 매매빈도 자체가 매우 적다. 과거 존 리 대표 이전 800%가 넘었던 적도 있었으나 잦은 매매와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의 교체를 지양한 결과다. 매매회전율은 1년 동안 얼마나 주식을 살고 팔았는지 손바뀜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컨대 100% 매매회전율이라면 기간 내 펀드의 전 종목을 한 번씩 사고 판 것과 같다. 매매가 많을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투자종목에 대한 자신감을 통해 불필요한 매매수수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존 리 대표는 주식투자는 동업과도 같아서 적정 기간을 두고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메리츠코리아펀드가 담은 종목은 평균투자기간이 6~7년 정도다. 물론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와는 더 지낼 이유가 없어 걸러내지만 좋은 친구와는 계속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 철학을 가진 그의 입장에서 시장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담긴 기업이 계속해 순익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펀드가 가진 종목을 보면 지난 한 해 20~25% 정도의 순이익 증가를 보였다. 경영진은 잘했는데 주가는 빠진 것으로 이는 수급의 문제로 컨트롤이 불가한 부분"이라며 "단기적 어려움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것이어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모레G(002790)나
한국콜마(161890),
메디톡스(086900),
삼성SDI(006400)와 같은 종목에 거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믿음은 굳건하다. 특히 지난 2015년 2.73%던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아모레G 편입비중은 최근 3.96%까지 확대됐다.
이제 그가 주목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이다. 금융시장이 선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돌파구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단순 시가총액에 쏠려 투자해선 안 된다고도 단호히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혁신 기업이 등장해 부가가치를 발생시켜야 한다. 혁신 기업은 항상 작은 기업에서 나오고 그 작은 기업은 대체로 가격이 싸다"며 "패러다임을 뚫고 나올 혁신기업이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산업도 길목을 지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기업을 발굴할 때 시가총액이 크다고 편입하기보다 벤치마크와 무관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한다. 회사 덩치와 상관없이 장기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에 오래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전에 없던 펀드'를 표방하며 국내 펀드시장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민다. 전 세계 스몰캡에 투자하는 폐쇄형펀드를 모두 재료로 한다는 '글로벌디스카운트에셋펀드'다. 사진/메리츠자산운용
아이들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 시동.."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할 것"
"한국이 금융경쟁력을 키우려면 모범생 아닌 모험생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즐겁고 엉뚱한 사람 말이다."
수년간 한국과 한국 금융시장을 들여다 본 존 리 대표가 내린 객관적인 평가다. 줄기차게 한국 사교육 시장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그는 최근 회사의 새 인력 채용 과정에서 이런 선호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존 리 대표는 "갓 대학을 졸업한 백지상태의 젊은 직원 5명을 뽑았다. 배우는 걸 즐기고 서로 간의 배려가 좋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높이 샀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완성도를 높일 '비밀병기'가 되도록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이날도 이들 신입 직원들이 뭔가를 계속해 공유하고 자유롭게 질문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기대를 거는 건 또 있다. 바로 금융교육이 뒷전인 한국의 현실을 깨는 과제다. 최근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 무료강연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달 첫 회 강연에 40여 가족이 넘게 참석해 공간을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참신한 시각을 가진 어린 참가자들의 날카로운 논리와 자본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어 고무적이었다는 게 존 리 대표의 평가다. 존 리 대표는 "변화가 어려운 부모 대신 타깃을 자녀로 변경한 것이 통했다"며 "주식이 아니면 노후준비는 어렵다. 해외사례에 대해 널리 알려주고 싶고 장기투자가 중요하다는 관념을 심어주고 싶다. 자본가로의 첫걸음을 떼는 모습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전했다.
강연일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로 메리츠자산운용 본사를 장소로 정했다. 자녀 이름의 증권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어느 증권사 계좌든 상관 없다. 각계 전문가들과 콜라보레이션 강의를 진행해 다채로운 주제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 북촌에 위치한 메리츠자산운용 사옥. 사진/메리츠자산운용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