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30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두 사람을 '한 몸'으로 규정했다. 또 박 대통령이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한 것은 물론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도 깊이 관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6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박 대통령과 최씨 뇌물 공여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최씨가 개입한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임명에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관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인사에도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혐의들은 모두 이번 특검 수사 과정에서 추가 인지한 것이다.
먼저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지난 2015년 9월14일부터 지난해 2월19일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 등 현안 해결에 대한 부정한 청탁 대가로 이 부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수수하기로 하고 삼성이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6억3484만원을 송금하게 한 것을 비롯해 최씨 딸 정유라씨가 사용할 말 구입 및 부대비용 등 41억6251만원을 대신 지급하게 하는 방법으로 합계 77억9735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이 최씨 조카 장시호씨 소유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각각 125억원과 79억원을 내게 하는 등 합계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약속된 지원금까지 포함해 433억2800만원을 뇌물액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과거 독일 현지에 있던 최씨의 외환 업무 관련해 편의를 봐주던 이상화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을 KEB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 임명하도록 하나금융그룹 경영진에게 강요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또 박 대통령이 최씨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5월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노 전 국장은 정씨에게 유리하지 않은 대한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올리며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던 인물이다. 또 박 대통령은 최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관여하고 이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직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특검팀에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특검팀에 사건을 넘기기 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그룹 등 15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하고 현대자차그룹에는 최씨가 추천하는 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 대통령이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문건을 이메일 등으로 전달하게 했다고도 밝혔었다.
한편,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행적을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팀은 2013년 3월부터 같은해 8월까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박 대통령이 이른바 비선 진료를 받았다면서도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와 이때 불법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풀지 못했다. 특검팀은 그간 대통령에게 미용성형 시술을 한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김영재 원장,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의 행적을 조사했지만, 이들이 참사 당일 학술대회 참석이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오후 한 차례만 머리 손질을 받았다며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머리를 손질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로 구체적인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간을 30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특검팀은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6일간 정리 시간을 거쳐 이날 총 90일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30일 박 특검이 임명된 뒤 그해 12월1일 출범한 특검팀은 20일간 준비 기간을 걸쳐 그해 12월21일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했었다. 이후 박 대통령과 최씨, 삼성간 뇌물죄 수사를 비롯해 정씨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 블랙리스트 수사, 박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 등을 수사했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총 30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특검팀이 마무리 짓지 못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부분을 비롯해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이어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특검팀은 지난 3일 1톤 트럭 분량의 수사 자료를 검찰로 이첩하며 공을 넘겼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