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이우찬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9일이나 10일 내려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다음주 13일 오전 선고하고 오후에 퇴임하는 방안이 잠시 거론됐으나 여러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늦어도 10일쯤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이번 주에 달린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여느 어떤 사건과도 무게가 다르다. 이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탄핵소추는 정쟁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형사범죄가 깊이 개입된 이번 사건과는 질이 다르다는 것이 헌법학자들과 실무법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7차까지 이어진 국회소추위원단 측과 대통령측의 피말리는 변론이 지난달 27일 끝났지만 헌재는 하루도 쉬지 않은 채 평의와 심리를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다. 때문에 결론을 전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번 심판과정은 대부분 언론사의 지면중계와 동영상 등으로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물론 헌법학자들이나 변호사 등 헌법 전문가들도 주의 깊게 봤다. 이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뉴스토마토>는 그동안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의 깊게 지켜본 헌법 전문가 10명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 모습. 청사에 게양된 헌법재판소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소추 부적법 주장은 잘못”
우선 박 대통령 측이 시종일관 주장한 탄핵소추에 대한 절차적 위법성 문제는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준일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 측 탄핵소추 절차 위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 중 가장 쟁점이 된 탄핵소추의결에 대한 법적 절차에 대해 이 교수는 특히 “탄핵소추의결의 절차는 소추의결서로 하고, 소추의결서에는 탄핵소추 사유를 표시하라고만 되어 있지 이 사유들을 개별적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13개 탄핵사유를 개별적으로 의결하지 않아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수쿨 교수도 지난 4일 이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특히 “헌법상 권력분립의 틀에 의하면 헌재는 적어도 국회 결정에 대해 일단은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 국회의 의사일정이나 안건의 표결방식과 같은 것은 법으로 특별히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헌재가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대의견 자체가 사회분열 조장"
탄핵심판 전 결정을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대부분 재판관 8명 중 8명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중에는 헌재가 ‘국민통합’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불씨를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3일 “법이론적으로 100% 탄핵이다. 8대 0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공무원은 500만원만원만 뇌물로 받아도 파면”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돼 있는데 최소한 그것만 봐도 (박 대통령은) 파면을 면할 수 없다. 재판관들 성향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로스쿨 소속으로 고대 이 교수와 탄핵소추 적법성을 주장한 한 교수도 “8대0 인용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 재판관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이유도 없고, 반대의견 자체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소신에 따른 판결도 가능하겠지만 결정의 결과를 감안해야 한다. 적절히 내부적으로 조정만 가능하다면 8대0 인용결정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탄핵반대 측에서는 소수의견이 제시한 한 마디를 가지고 대통령 파면이 정변이나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근거로 끄집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소수 기각의견이) 침소봉대돼서 엉뚱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각 논리 구성 불가능에 가까워"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 역시 “큰 이변이 없는 한 8대0 인용으로 예상한다”면서 “기각이 되려면 탄핵소추사유 쟁점 5개 모두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위헌·위법이 없다고 해야 하는데 그런 논리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이 갖는 국민통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만장일치 인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대통령 지지세력이 태극기집회를 열고 재판관들에 대해 위협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탄핵인용 결정안에) 기각의견으로 소수의견이 들어가 있으면 탄핵반대 세력들이 이를 근거로 헌재를 흔들기가 계속된다. 국민통합이 아닌 분열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의 임명과 보수로 분류되는 일부 재판관들의 성향은 결정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보수는 기존의 법질서 수호와 유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견해”라며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있을 때 보수적 성향의 헌법 재판관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인용결정에 나서야 한다. 그게 진정한 보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이라고 해서 기각결정을 내릴 거라는 생각은 근거가 약하다”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또한 “한 나라의 최고재판소 재판관인데 자신을 임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명백히 위반한 것을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위반은 했지만 중대하지 않고, 경미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이 탄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 변호사는 “헌법·법률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고 탄핵 결정을 하는 게 맞다”면서 “9명 중에 6명 이상 찬성할 때보다 8명 중에 6명 찬성을 통한 인용결정이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 판결'과 유사"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도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예상하면서 “이 권한대행 등 선임재판관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전원일치로 탄핵인용 결정을 해야 헌재의 위상도 정립이 되고 이후 정국불안의 빌미를 안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5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내린 브라운 판결을 예로 들면서 “처음 5대 4 합헌 의견이었던 것이 6대 3, 7대 2, 8대 1까지 갔다”며 “결국 최후의 순간에 합헌의견을 주장한 대법관도 다수 의견에 동의 해서 국민 통합을 이끄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역사적 사건으로 향후 정치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며 “이 권한대행이 노력한다면 (전원 일치된 결정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이 권한대행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도 “인용될 것으로 본다”며 “탄핵심판에서 밝혀진 것을 보면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중대한 헌법 가치가 침해됐다는 사실관계는 인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헌법질서와 헌법원칙를 확인하고 수호하는데 재판관들의 공통된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전원 일치된 의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유력 사립 로스쿨 헌법 교수는 “학회 일정으로 외국에 있다가 최근 귀국했는데 사드와 안보 등 국가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 명이라도 기각이 나오게 되면 국민통합과 관련해 매우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나 지지세력 쪽에서는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전원일치가 안 되면 승복을 할 것인지가 문제될 것”이라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이번 심판에서는 헌재가 통일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리/뉴스토마토
'언론자유 침해·세월호 7시간·뇌물죄' 등 구체적 의견 갈릴 수도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 탄핵소추 사유 중 재판관 간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이 예상된다는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언론자유 침해, 생명권 보장 위반(세월호 7시간), 뇌물 등 형사법 위반 등 3가지다. 물론 이 3가지 사유를 기각사유로 본 헌법 전문가는 없었다. 인용사유로 보는 결론은 같지만 세부적 논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정주백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세월호 7시간’ 사유와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여부에 대한 구체적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헌재가 재판 중인 사건인 뇌물죄 여부에 대해 인정한다면 법원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때문에 이에 대해 소수 의견은 매우 치밀하고 분석적인 논리 구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 경우에도 주문은 동의하면서도 별개의견이나 보충의견으로 이유만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화 전 민변 사법위원장도 ‘세월호 7시간(생명권보장 의무 위반)’에 대해 재판관들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참사 당시 업무시간 도중 관저에 머물면서 국가 위기를 내버려 뒀고,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구조를 자신의 직무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 이 자체만으로는 탄핵사유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만 탄핵소추사유가 아니어서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대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뇌몰죄 등 형사법 위반에 대해 “죄명을 떠나 헌재 증인 신문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불법적 개입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것을 탄핵사유가 아니라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세계일보 사장 해임 사유(언론의 자유 침해)’도 구체적 지시 여부와 관련해 세부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대세를 거스를 만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 거스를 사안은 아니야"
재판이 계속 중인 박 대통령의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사유에 대해서는 헌재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는 대법원과 경쟁과 협력관계에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법원으로,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이런 면에서 보면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지라도 헌재 재판관들이 이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형사재판도 헌재와는 독립돼있기 때문에 (뇌물죄 등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기철·이우찬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