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인공지능(AI) 플랫폼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구글과 아마존,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발 앞선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추격전에 나섰다.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MWC 2017은 AI 경연장이었다. 구글이 이번에도 선두에 나섰다.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는 자사 스마트폰 픽셀에 이어
LG전자(066570)의 야심작 G6에도 탑재됐다. 김홍주 LG전자 MC상품기획그룹장은 현지 간담회에서 "구글은 데이터베이스 등 자산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어 지원은 올해 중으로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영어와 독일어로만 대화가 가능하다.
구글은 전세계 검색 시장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절대강자다. 안드로이드의 적수는 iOS를 보유한 애플이 유일하다. 삼성이 뒤늦게 타이젠을 내세웠지만 힘에 부친다. 검색 엔진과 모바일 OS를 통해 쌓은 대규모 데이터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학습하기에 최적의 자산으로 꼽힌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주요 가전사의 냉장고와 로봇청소기가 AI엔진으로 '알렉사'를 채택했다. 레노버도 모토로라 스마트폰에 알렉사를 적용할 계획이다.
IBM은 AI 엔진 '왓슨'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등의 분야로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암환자의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가 태국과 인도 병원에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가천대길병원이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SK㈜ C&C 사업은 IBM과 손잡고 왓슨 기반의 AI 엔진 '에이브릴'의 한국어 학습을 진행 중이다. SK㈜ C&C 사업은 고려대 융복합 의료센터, SM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AI 기반의 감염병 서비스, 개인비서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은 이미 강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이폰과 iOS에,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OS, 애플리케이션 마켓 앱스토어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리는 영어를 비롯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10여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국내 기업들도 추격에 나섰다. 지난해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017670)이 눈에 띈다. 이번 MWC에서도 소셜봇과 토이봇을 비롯해 외부 개발사의 커머스봇, 펫봇 등 4종의 AI 로봇을 선보였다. 엔진은 누구가 적용됐다. SK텔레콤은 연내 누구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한다. AI 엔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하드웨어나 서비스에 누구를 탑재해 누구의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라인도 AI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는 MWC 기조연설을 통해 AI 플랫폼 '클로바'를 깜짝 공개했다. 네이버와 라인은 자사의 서비스에 클로바를 우선 적용하고, AI 스피커 '웨이브'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공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음성인식 AI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의 시리 개발진이 독립해 설립한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하며 AI 플랫폼 전쟁에 대비해왔다. 비브랩스는 AI 엔진 '빅스비' 개발을 마쳤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AI 플랫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딥러닝(심화 기계학습) 전문가와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산업수학 분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딥러닝 전문가를 육성하고, 필요한 데이터는 돈을 내더라도 구할 수 있는 거래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