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전기차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승부수를 던졌다. 생산설비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며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섰다. 생산규모가 기존 1.9GWh(기가와트시)에서 3.9GWh로 큰 폭으로 확대돼, 5GWh 규모인
삼성SDI(006400)를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충남 서산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설비 5, 6호기 추가 증설에 필요한 투자 건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설비는 총 3.9GWh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연간 14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연내 착공해 오는 2018년 상반기 중 서산 배터리 제2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신규 설비에 들어가는 투자액은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 중인 800MWh급 4호기에 들어간 추정 투자액이 20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규모당 생산성이 대폭 확대됐다. 신규 설비들은 동일한 면적을 차지하는 서산 제1공장의 기존 설비 대비 3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결단은 시장 성장 가능성과 후발주자의 한계를 벗기 위한 몸부림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아 국내 순위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시장만 열리면 언제든지 설비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대형 배터리 생산규모는 LG화학이 약 17GWh로 단연 선두에 있으며, 삼성SDI가 약 5GWh로 뒤를 잇고 있다.
신규 생산설비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수주한 벤츠, 현대·기아차, 베이징차 등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전량 공급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선수주·후증설'의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어, 모든 설비를 100% 가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향후 7년간 생산량을 공급할 수주량을 확보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생산설비의 주요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스마트 팩토리란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전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이다. 이를 위해 ▲원재료 투입부터 완제품의 검사 및 포장 공정까지 전 공정의 설비 자동화 ▲빅 데이터 기반의 설비 운영 모델 고도화 ▲제조 운영 관련 중앙관리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로 전기차배터리 사업 중심의 신성장 사업 강화와 사업구조 혁신을 실천하게 됐다"며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지속 발굴해 사업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꾸준한 성장을 위한 '소프트파워' 강화에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인력 채용 및 교육 등의 투자도 강화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국내외 전기차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해 향후 글로벌 탑 3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의 배터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