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도시바 인수전'…공룡들 눈치싸움 '치열'

인수가격 20조대로 '껑충'…인수주인에 따라 시장도 '철렁'

입력 : 2017-03-06 오후 6:22:51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매각을 위한 입찰 절차를 시작하면서 유력 인수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인수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뛰어오른 점은 부담이지만, 인수 여하에 따라 반도체 시장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신경이 곤두섰다.
 
도시바는 지난 3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지분 매각에 대한 입찰 절차에 돌입, 오는 29일까지 출자 제안서를 접수한다. 당초 도시바는 1월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부문을 분사한 뒤 지분의 20% 미만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2006년 도시바가 인수한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약 7조1250억원)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손실액이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반도체 지분 50% 이상, 최대 100%까지 매각키로 입장을 선회했다. 입찰 후보 업체들에는 반도체 부문의 기업 가치를 2조엔(약 20조원) 이상으로 평가해 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인수 가격도 당초 2~3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껑충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 2조엔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최대 2조5000억엔(약 25조1630억원)까지 인수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반도체 공룡들은 천문학적인 인수 가격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동시에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5.4%)에 이어 도시바(19.6%)가 2위다.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겨룰 수 있는 기술력과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업체로는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훙하이그룹,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 등이 꼽힌다. 매년 수십조원대의 낸드플래시를 사들이는 애플과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마이크론 등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세계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시장점유율 48%)에 이어 2위(25.2%)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5위에 그친다.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약점이던 낸드플래시 기술 경쟁력 강화는 물론, 단숨에 시장 2위로까지 도약할 수 있다. 다만 막대한 인수 자금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독자 인수가 어려워 공동 인수설도 나온다.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도 유력 후보다. 웨스턴 디지털은 현재 일본에서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두터운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의 훙하이그룹(폭스콘)도 막강한 후보자다. 궈타이밍 회장은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에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매우 자신 있으며 진지하다"고 밝히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스마트폰·TV·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까지, 삼성전자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게 된다.
 
변수도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도시바의 재무 상태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유출을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따라서 산업혁신기구 등 구조조정 출자를 담당해온 정부 산하기관이 이번 사태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카키바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장은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은 일본의 핵심 기술"이라면서 "해당 분야의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국익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시바는 이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반도체 부문 분사를 결의하고, 다음달 1일 정식으로 분사할 계획이다. 지분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6월 선정하고, 내년 3월 말까지는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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